1. 생산관리의 개요
건축공사에서 건축생산이란 건축물의 기획 및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 유지관리 과정을 거친 후 건축물의 폐기에 이르는 건축물의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전통적인 건축생산 과정은 건축주(발주자, owner)와 설계자, 시공자를 3대 참여자로 하여 기획, 설계, 구매, 시공, 사용(유지관리), 폐기 등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건축주는 자신의 사업계획에 대한 구상을 토대로 설계자를 선정한 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과정을 통하여 설계서를 확정하고, 입찰 및 계약과정을 통하여 시공자를 선정하고 시공자가 공사를 완료한 후 입주하여 사용하면서 구조적 혹은 기능적 내구연한이 경과되면 폐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건축생산의 관점에서 본다면, 건축사업은 【그림 10-1】과 같이 기획설계단계, 시공단계, 유지관리단계, 폐기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림 10-1】과 같은 소요 비용이 발생한다. 기획설계단계에는 초기 투자비용 및 설계비 등이, 시공단계에는 건설비용 및 제비용이 유지관리단계에는 시설물의 유지를 위한 비용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수명연장을 위한 개보수 비용이 포함된다. 폐기단계에는 해체공사 비용 및 가설 구조물의 건설비 등이 발생한다. 건축생산 과정에는 그 단계에 포함되는 비용을 적절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생산계획이 필요하다.
건축생산 과정에서 건축생산과 관련된 공학적인 지식(Engineering Knowledge)뿐만 아니라 관리적인 지식(Management Knowledge)이 같이 요구된다. 건축물의 기능과 구조적 안전성 등의 구현을 위한, 즉 건축물의 토공사, 지하공사, 골조공사 등과 관련된 분야는 공학적인 지식으로 볼 수 있고, 계획된 비용과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기 위한 사업비관리, 공정관리 등을 관리적인 지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10-1】 건축 생산과정에의 영향도
최근에는 건축시설물이 점차 대형화·복합화 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사업방식뿐만 아니라 디자인빌드(Design-Build) 혹은 턴키(Turnkey) 방식과 같이 대형 시공사로 하여금 설계와 시공을 모두 책임지게 하거나 용역형 사업관리(CM for Fee) 방식과 같이 사업관리 전문가를 발주자의 대리인으로 두고 건축사업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도움을 받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수행 방식 역시 각 단계별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가 상이할 뿐이며 위의 생산과정과 동일한 과정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건축생산을 수행함에 있어 사업 과정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사업의 초기단계인 기획과 설계단계가 매우 높다. 즉 사업의 기획단계의 어느 위치에 얼마만한 규모로 어떠한 건축물을 건설할 것인지에 따라 사업비용과 기간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설계단계에 평면의 구성이나 마감재 선정 등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 비용 및 공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시공과정에서는 비록 사업비의 대부분이 소비되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시공자가 변경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획단계나 설계단계에 비하여 건축사업의 영향효과는 적다고 할 수 있다.
2. 건축생산체계의 특징
건축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양 측면을 가지고 있다. 즉 건축산업은 제조업의 대표적인 특징인 물질적인 생산물(Physical Product)을 구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하나의 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제조업에서는 종종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와 비용이 투입되기도 한다. 반대로 건축 산업은 자본이 쉽게 축적되지 않는 서비스업의 특징도 지니고 있는데, 매년 100대 기업 선정 분석결과 등을 보면 건설업체는 매출액, 이익부문에는 일부 대규모 업체가 몇몇 포진하지만 자산 부문에서 상위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제조업의 생산과정과 건설업의 생산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제조업의 생산과정은 설계단계에서 규격화된 제품,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품을 고려하여 설계되며 잠재적인 구매자의 의견을 예상해서 물건을 생산한다. 또한 일반적인 제조업은 물건이 생산된 후에 구매자가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에 생산 후 판매에 실패하여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반면에 건설업의 생산과정은 설계단계에서 제조업과는 달리 발주자의 필요에 의한 경우 구매 프로세스가 진행되며 생산품(건축물)이 완성되기 전에는 생산될 생산품을 미리 볼 수 없다. 또한 일반적으로 구매자가 나타나기 전에는 착수되지 않으며 생산이 완료된 시점에서 기능적, 시간적인 차이로 인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안고 있다.
1) 일회성 수주산업
- 건축산업은 건축주가 자체 생산조직을 이용하여 스스로 건물을 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 시공자가 이를 수주하여 생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또한 건축주가 자체 생산조직을 이용하여 자기 건물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세부적인 작업은 하도급 업체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과 완전히 동일한 건축물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건축산업은 일회성 수주산업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 이러한 일회성 수주산업이라는 특징으로 인하여 건축산업은 생산과정에 많은 변화요인이 내재하게 되며, 건축생산에 소요되는 자재의 표준화가 지연됨으로써 상대적으로 타 산업에 비해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잃게 되는 근원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 또한 수주산업의 특성으로 인하여 안정적인 공사물량의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외주(outsourcing)에 의한 작업비중이 큰 특징을 갖게 된다.
2) 옥외 생산
- 제조업 분야에서 대량생산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컨베이어 벨트를 기반으로 공장생산설비를 마련함으로써 외기(外氣)의 영향에 관계없이 생산능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있다. 반면 건축산업은 기본적으로 마감작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의 기후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기후에 따라 작업이 전혀 불가능하기도 하다.
- 특히 토공사의 경우와 같이 지하수위의 변화, 토질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인접 건축물의 상황 등 시공이전 단계에 정확히 파악될 수 없는 외부적 사항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건축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건축사업의 참여자들은 타 산업에 비하여 높은 불확실성과 위험요소를 지니게 된다. 최근 들어 이러한 외기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CF(Construction Factory)를 설치한 시공자동화나 현장생산을 줄이기 위한 프리패브공법 등이 시도되고 있다.
3) 단계적ㆍ수직적 분업생산 체계
- 건축사업은 사업기획, 기본설계, 상세설계, 입찰 및 계약, 시공, 운영 및 관리 등의 여러 단계로 구분되어 진행되고, 각 단계별로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원도급자), 하도급업자, 감리자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상호 분화·단절성으로 인하여 사업의 진행에 따른 각 참여자들의 참여도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어 건설사업 생애주기를 통한 일관된 정보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으며, 의사소통의 문제점도 발생하게 된다.
- 이러한 특징은 특히 각 단계별로 주된 참여자가 바뀔 때마다 이전 참여자와 새로운 참여자간의 원활한 정보교환을 필요로 하게 되겠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설계자가 시공성을 무시한 설계를 하게 되거나 시공자가 설계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여 재시공을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즉 건설사업 생명주기를 통한 일관된 정보흐름과 의사소통의 부재는 건설사업의 품질, 안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건축산업의 수직적 분업체계는 특히 시공단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국내의 경우 2007 완성공사 원가구성분석(2008년 12월, 대한건설협회 발행) 건축부문의 평균 외주비율은 54.8%로 나타났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3.5%p 증가한 수준으로 점차 외주비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간접비를 감안한다면 하도급업체에 의해 대부분의 공사가 수행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시공단계에서는 합리적인 하도급업체 관리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5) 숙련 노무 인력 의존성
- 건설사업의 성패는 특허권(patents), 자본설비의 순수 유용성(sheer availability of capital facilities)에 의해 보호되는 기술 보다는 노무인력의 숙련도에 더 좌우되며, 바로 이러한 속성으로 인하여 건설산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구분된다.
- 1990년대 이후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건설산업이 3D 산업으로 인식되어 젊은 인력의 건설산업 유입이 감소함에 따라 숙련된 기술이 전수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건설현장에서는 외국 노무자들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특성상 숙련노무공이 꾸준히 확보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함에 따라 건설자동화나 PC부재 등 공업화 생산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