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콘
1. 전략
건설 프로젝트 관리의 3대 요소인 사업비, 사업 기간, 품질 중에서 발주자의 의지와 수행 팀의 능력에 따라 크게 차이 나는 요소가 사업 기간, 즉 공기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기는 발주자의 의지와 이에 맞는 수행 계획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프리콘 활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프리콘 단계에서 공가 단축을 위한 핵심 사항 중 첫 번째로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다.
건설 프로젝트는 발주자의 명확한 사업 비전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 전략 목표 수립이 필요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 실행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공기 단축을 프로젝트의 특별한 목표로 설정한다면, 이를 달성할 특별한 수단이 도입되어야 한다. 패스트트랙이나 IPD, 파트너링과 같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검증된 기법을 도입한다든지 인력이나 장비를 더 많이 투입하는 등 프로젝트 가속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바탕으로 발주자 요구 사항과 설계 요건이 명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사업이 표류하거나 설계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되는 이유는 프로젝트 자체의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발주자 요구 사항 및 설계 요건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프로젝트의 개념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는 법규, 제도, 각종 리스크 등 외부 환경 요인이 철저하게 분석되어 실행 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인허가 문제를 포함한 외부 환경 리스크가 매우 크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과 대응 조직이 필요하다.
2. 조직
프리콘 활동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유능한 발주자 조직 구성이 매우 중요하며, 발주자 역할을 대신할 유능한 PM/CM 팀이 필요하다. 적합한 프로젝트 참여자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의사 결정 체계와 적정한 업무 분장(R&R)을 통한 위임이 필요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프로젝트에서 시도한 정책위원회는 발주자 최상위층과 프로젝트 참여자의 대표로 구성된 최고 의결 기구로서, 원활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프로젝트의 수행은 수많은 의사 결정 과정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발주자의 역할과 위임은 매우 중요하다. 발주자가 중요한 의사 결정은 미룬 채 실무적인 결정에 관여하게 되면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파트너링이나 IPD 등 베스트 프랙티스기법을 도입하여 프로젝트 참여자 간에 신뢰 구축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설계와 시공의 통합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발주자가 설정한 ‘프로젝트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를 초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프로젝트 참여자가 최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능력있는 주체를 선정하고 운영하는 발주자의 조달 철학과 리더십 정립이 필수적이다.
3. 시스템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전략과 전략 목표, 조직 구성 외에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 수행 시스템 구축이다. 프로젝트 수행 시스템에는 프로세스 도구 및 기술, 측정과 평가 시스템이 포함된다. 프로세스는 프리콘 활동의 단계별 검토 및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며, 이를 위해 관리 프로세스와 관리 포인트 설정이 필요하다. 프리콘 활동은 주 업무가 설계에 관련된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으므로 디자인 매니지먼트 체제를 구축하여 설계 단계별 원가, 일정, 품질 등을 확인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도구 및 기술은 건설 관련자들과 의사소통에 유용한 도구인 PMIS와 BIM과 같은 도구의 적극 도입이 필요하고, 린 기법이나 목표 공사비 설계, 가치 공학(VE) 등 공기나 원가를 최적화하는 기법을 도입하여 프로젝트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 아울러 분쟁을 최소화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해결 절차와 시스템을 구축한다.
프로젝트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해서 프로젝트 단계별 관리 요소를 모니터링하고 성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속적인 피드백을 하여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상으로 프리콘 활동 전반에 관하여 기술하였지만, 공기 단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기만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고 상호 간에 연결되어 있는 프리콘 활동을 통하여 가능하다. 공기 단축은 발주자의 의지와 프리콘 기간에 얼마나 준비를 잘 했는가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서는 능력있는 프로젝트 수행 팀을 미리 선정하여 설계 초기부터 조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면
사업 기간이나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사업 기간 단축 방안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기 단축을 위한 해법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기 단축의 첫 번째 방법은 인력과 장비 등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프로젝트와 같이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투입하여 하루 만에 한 층의 골조 공사가 가능하도록 계획하면 획기적인 공기 단축을 실현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앞에서 소개한 뉴욕의 고층 주거 건물이나 호텔 건설에 일반화되어 있는 콘크리트 골조 공사의 2-day 사이클 공법이 인력을 최대한 투입하여 공사 기간을 단축한 사례이다. 실제로 뉴욕의 2-day 사이클 공사 현장에 가보면 현장 작업자가 너무 많아 사람에 치일 정도다. 목표 사이클 공정에 맞추어 필요한 자원을 최대한 투입함으로써 목표 사이클 공정(예: 1-day 사이클, 2-day 사이클)을 달성하고, 이를 누적한 결과 공기가 단축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프로젝트 투입 연인원은 하루 투입 인원에 관계없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연인원 10만 명이 소요되는 아파트 공사가 있다고 가정할 때,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하루 100명을 투입하면 1,000일이 걸리고 하루 500명을 투입하면 200일이 걸린다. 물론 실제 공사를 하다 보면, 이런 산술적인 방식에 딱 부합하지 않는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변수를 잘 관리할 수 있다면, 투입되는 자재, 인력, 장비 등 자원에 따라 예시로 들은 공사 기간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차이가 나더라도 20~30% 수준이지 2배, 3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대규모 자원을 투입할 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를 잘 관리하는 관리 기술과 물류 계획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울러 인력이나 장비를 많이 투입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증가 문제와의 트레이드오프 관계도 잘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획기적인 공기 단축을 달성하려면, 공사 계획 요소 외에 시공성이 뛰어난 설계 도면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관련 기술이 사전에 검토되어 도면에 반영되어야 한다.
신축 공사는 아니지만 몇 년 전에 있었던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중국 장시성 난창에서 정상적으로는 수개월의 공사 기간이 걸릴 500m 고가도로 철거 공사를 116대의 중장비를 동원하여 하룻밤 만에 철거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자원을 다량 투입하면 공사 기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두 번째는 기술 혁신이나 프리패브(prefab) 등 공장 제작화를 통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6일 만에 5층 아파트를 시공한 윈선 사례나 15일 만에 30층 호텔을 시공한 BSB 사례 등은, 검증할 필요성은 있으나 획기적인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BSB 시스템은 골조는 물론이고 마감 공사마저도 대부분 공장 제작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우건설에서 1990년대에 개발하여 하와이 솔트레이크(Salt Lake) 아파트 건설에 사용한 DWS (Daewoo Building System)공법이 있다. 공장에서 제작된 PC(Precast Concrete) 벽과 바닥의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체에 마감 공사까지 공장에서 완료한 후 단위 블록을 운반하여 현장에서 쌓아서 조립하도록 시도한 획기적 공법이었다.
요사이 한창 유행하고 건설 시공 방식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모듈러(Modular) 공법인 셈이다. 이밖에도 일본 건설 시장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적층 공법, 공업화 공법 등도 현장 작업을 최소화함으로써 공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공장 제작 공법은 조선 산업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메가 블록 공법이나 기가 블록(giga block) 공법도 선 제작을 통해 공정을 단축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리 제작된 몇 개의 블록을 조립하면 배 한 척이 완성되는 제조 방식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제안하는 공기 단축 방법은 프리콘 활동을 통해 설계 기간을 단축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포괄적인 측면에서 볼 때 먼저 이야기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아우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콘 활동이나 IPD 등을 통하여 역량 있는 건설 팀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게 되면, 설계에 관한 의사 결정을 조기에 내릴 수 있고, 전문 시공업체나 설비업체의 시스템을 조기에 설계에 반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설계 기간을 단축하여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패스트트랙 기법으로 알려진 설계 시공 병행 공법을 사용하여 사업 기간을 확연히 단축시킬 수도 있다. 패스트트랙의 대표적인 사례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있으며, 국내 사례로는 상암 월드컵주경기장 건설이 있다. 프리콘과 IPD 또는 파트너링 활동을 접목하면, 공법이나 시공성 등을 미리 검토하여 설계 관련 의사 결정뿐만 아니라 공급 업체 선정 프로세스도 단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림 IPD 방식을 적용한 의사 결정 초기화에 따른 사업기간 단축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설계 시 IPD 방식을 접목하면 시공업체뿐만 아니라 전문 시공업체가 가지고 있는 영역인 빌딩 시스템이나 시공 디테일에 대한 상세 설계를 사전에 수행함으로써 설계를 앞당기게 되고, 사업 기간을 확연히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BIM 도구를 이용하여 각 관련자와의 정확한 소통을 돕고, 비용, 일정, 시공성 검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렇듯 공기나 사업 기간 단축은 발주자의 의지가 뚜렷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팀을 잘 확보하면, 경이로운 기록을 창출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공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준비하는 프리콘 활동이 필수적이다. 프리콘 활동을 통해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프로젝트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공기 단축을 계획할 때에는 이의 반대급부로 비용이 증가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검토하여 적정한 공기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공기와 비용이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초월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공기 단축이나 비용 절감은 품질이나 안전이 저해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미 언급한 수많은 사례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성공 사례를 보면, 공기 단축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치밀한 계획과 좋은 팀을 구성하고 발주자의 지원이 확실히 보장된다면, 50% 공기 단축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님을 확신한다.
이와 같은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뛰어넘은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는 여럿 있다. 영국 건설산업 혁신의 대표적인 예로 손꼽히는 건설 재인식(Rethinking Construction) 운동의 7대 개선 목표 중에는, 매년 건설 공기를10% 단축하면서 건설 사업비도 10% 절감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10% 올려, 결과적으로 건설 기업의 이익을 10% 향상시키겠다는 목표가 있다. 건설 재인식 운동에서는 다양한 시범 프로젝트를 통하여 원가와 공기를 동시에 줄이는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목표 부문 | 연간 달성 목표 |
건설사업비(capital cost) | -10%(절감) |
공기(construction time) | -10%(단축) |
예측도(predictability) | +20%(향상) |
하자(defects) | -20%(감소) |
안전사고(accidents) | -20%(감소) |
생산성(productivity) | +10%(향상) |
매출 및 이윤(turnover & profits) | +10%(향상) |
건설 재인식 운동의 7대 개선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