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혁신과 건설의 미래

프리콘

비용 30%, 기간 50% 단축은 불가능하지 않다

획기적인 공사 기간 단축

건설 프로젝트의 성공을 판단하는 지표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사업 기간의 준수 여부이다. 당초 목표한 사업 기간에 맞춰 프로젝트가 수행되었는지, 혹은 공사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이익을 발생시켰는지 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공정 관리는 건설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인 설계 이전 단계부터 마스터 스케줄과 마일스톤 스케줄을 작성하여, 프로젝트 전반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일정 관리를 수행하게 된다. 각 단계별로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면, 상대적으로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사업 기간을 단축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프리콘 활동은 원가, 품질, 시공성 등을 시공 이전 각 단계별로 철저히 검증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 제작업이나 시행착오를 미리 방지할 수 있어 전체 사업 기간 단축에 크게 기여한다.

공사 기간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하나의 건축물 혹은 시설물을 짓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빨리 건물을 지을까? 평소에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한 번 쯤은 이런 궁금증을 가졌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뭐든 빨리 빨리 하는 것에 익숙하니 건물을 짓는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평균 공사 기간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별 주요 고층 건물의 층당 평균 공사 기간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층당 평균 12.6일, 일본은 평균 20.3일인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 31.2일이 소요된다. 미국보다 약 2.5배, 일본보다 1.5배의 공사 기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1930년대 초에 지어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3.5개월 동안 102층을 지었으므로, 마감 공사까지 포함하여 층당 약 4일이 소요되었다.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의 공사 기간 69개월(토공사 제외)과 비교해도, 약 1/5 기간에 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가별 초고층 건물의 층당 공사 기간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건물의 뼈대가 되는 골조(骨組) 공사를 완료한 후 마감 공사를 포함한 공사 완료까지 소요된 시간이다. 미국의 경우 입주자 공사(fit-out work)는 일반적으로 별도의 공사로 간주되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에서 주요 프로젝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골조 공사 완료 후 전체 공사가 평균 3.5개월 만에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조 공사 완료 후 전체 공사 완료가 10.7개월 만에 종료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이다. 미국에서는 골조 공사와 마감 공사의 병행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그런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최고층 빌딩인 랜드마크 타워(Landmark Tower)의 준공 공정표는 공정 관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골조 공사를 비롯한 각종 마감 공사와 설비, 전기 공사가 통제 도표 관리에 따라 한 치의 빈틈없이 적층되어 병행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공장 라인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주요 공정이 치밀하게 수행되고 또한 관리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공정 관리가 가능하려면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효과적인 공정 관리 도구, 그리고 이에 합당한 관리 기술이 필요하며, 협력업체와의 철저한 파트너십/팀워크가 필수로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프로젝트는 왜 오래 걸릴까

국내 건설 프로젝트의 공사 기간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길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하였다. 예를 들어 30층 아파트를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짓는다고 가정하면, 지하층 깊이에 따라 공사 기간에 대한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뉴욕에서는 1년 만에 완료하는 데 비해 서울에서는 3년여의 기간이 걸린다. 대략 3배 정도 더 걸리는 것이다. 왜 이토록 공사 기간이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습관처럼 고착된 오랜 관행에 따른 결과로, 국내의 대다수 발주자와 기술자는 공기가 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건설 공사 기간이 긴 이유를 분석해보면, 공기 단축이 곧 부실 공사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부실 공사 사례를 언론이 부각하여 보도할 때마다 “무리한 공기 단축이 불러온 부실 공사”란 말이 빠짐없이 등장하였고, 대중의 뇌리에 ‘공기 단축 = 부실 공사“라는 등식이 새겨져 있다. 공사 기간 단축은 부정적인 요인이며 부실 공사로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에 공기를 적극적으로 단축하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로는, 공기 단축과 비용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건설 투자자, 개발업체, 시공업체조차도 건설 프로젝트의 관리 포인트로 시간 비용 개념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하루 비용이나 한 달의 시간 비용을 계산하지 않으며, 이를 지표로서 관리하지 않고, 어느 프로젝트가 하루 일찍 또는 하루 늦게 준공된 경우, 하루치 기회 이익(또는 기회 손실)이 얼마인지 관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건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업체가 시간 비용 개념을 주요 지표로 반영하여 하루의 기회 이익을 관리하면, 프로젝트 초기부터 공사 기간을 지키기 위한 체계적인 공정 관리를 수행한다. 국내에서도 지대가 건설비를 훨씬 상회하는 곳이 많으므로 건설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엄청난 기회 이익을 창출하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시간 비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매우 희박하다.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완성되어 창출하게 될 부가 가치(기회 이익)는 추가로 투입된 돌관 비용에 비해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마카오가 2001년 카지노 독점 체제를 깨고 외부에 카지노 시장을 개방했을 때, 최초의 투자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그룹(Las Vegas Sands Corp.)이었다. 이 회사는 최초로 마카오 샌즈 카지노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투자금을 1년 6개월 안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타당성 검토를 기초로 사업에 착수하였다. 이에 따라 다소간의 돌관 공사비를 추가 투입하면서 가능한 한 최대치로 속도를 높여서 카지노를 완성하였다. 놀랍게도 마카오 샌즈 카지노는 완공 후 영업 6개월 만에 투자금 회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후 이 회사는 마카오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이어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Marna Bay Sands) 프로젝트에도 투자하게 되었다. 사업 기간 단축이 수익으로 연결되고 시간이 곧 돈이라는 생각은 외국의 전문 투자가들에게는 보편적인 개념이다.

세 번째로, 정부 조달 체계의 문제점과 프로젝트 관리 부실이 이유다. 공사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데도 여전히 프로젝트가 당초 계획된 공사 기간조차 지키지 못하여 고객과의 분쟁을 초래하고 있다. 공기 지연이 발생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CM)의 부족, 잦은 발주자의 방침과 설계 변경, 설계 부실과 지연에 따른 설계 변경, 인허가를 포함한 공공 기관과의 문제 해결 능력 부족, 민원에 의한 공사 중단과 공기 지연 요소 발생, 설계자 및 시공자의 공기 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리 능력 부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발주자나 시공업체는 기존에 관행적으로 책정된 층당 1개월+α라는 국내의 기준 공사 기간을 깨려고 시도해야 한다.

공공 프로젝트는 공기나 예산 초과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1999년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공공 건설 사업 효율화 종합 대책’에 따르면, 공공 프로젝트는 많은 경우 예산과 사업 기간이 초과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추진한 7대 대규모 SOC사업에서, 사업비는 평균 2배, 사업 기간은 3년 정도 증가하였다.

Type사업비(억원)변동사항
계획(a)현재(b)사업비(b/a)기간연장
경부고속철도58,462184,358315%5.5년
인천국제공항34,16574,486218%3년
여수공항9351,994213%2년
탐진다목적댐2,2003,264148%1년
서울지하철 2-2차25,46038,016149%3년
부산지하철 2호선12,17525,307208%4년
서해안 고속도로31,80548,097151%5년
평균증가사항  약 2배 증가 

7대 SOC사업 계획 대비 변동 사항

네 번째로, 공기 단축이 기술력이고 공기 단축 기술이 건설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라는 공급업체의 인식이 부족하며, 제도적으로 공기 단축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조항이 없는 점이 문제다. 자체 개발 사업이 아닌 경우에는 건설업체는 공기를 단축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오히려 준공시점까지 관리비만 더 소요된다. 감리업체는 공기를 단축하면 용역비가 깎이는 결과를 가져와 직접적인 수입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공기단축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 오히려 공기가 늘어나면 용역비가 늘어나고 수입도 따라서 늘어나는 역설적인 결과가 생긴다.

국내에서 공사 기간을 기산할 때 층당 1개월+α의 등식은 과거 주택공사인 LH공사의 공기 책정 정책에 기인한다. 미국 뉴욕에서는 콘크리트 구조의 고층 아파트나 호텔을 여름이든 겨울이든 이를 한 층씩 공사하는 2-day 사이클 공법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30층 아파트는 아직도 층당 1개월+α의 등식을 적용하여 3년+α의 공기를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설 선진국처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획기적으로 공기 단축을 촉진한 기술 개발 사례나 현장에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 이웃한 일본에서는 수많은 공업화 공법이나 자동화 공법이 개발되었고 실제로도 적용되고 있다. 일본 다이세이(Taisei) 건설은 1990년대 초 T-UP이라는 획기적인 공법을 개발하여 요코하마에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 빌딩 건설 공사에 적용하였다. 이 공법은 지상에서 지붕층 구조물을 먼저 조립한 후 지붕 구조물 위에는 이동식 크레인을 장착하고, 지붕 구조 하부에는 제조 공장에서 쓰는 오버헤드 크레인을 설치하여 공장 생산 라인에서처럼 전천후로 시공하는 공법이다. 이 공법은 지붕층 구조체 전체를 유압 장치로 끌어올리면서 하층 구조체 공사를 기후에 관계없이 시행하고 외부 유리벽인 커튼월을 즉시 시공하는 적층 공법을 적용한다. 마감 공사와 골조 공사를 동시에 병행하여 획기적으로 공기 단축을 실현하는 선진 공법이다. 이밖에도 일본 건설 현장에서는 리프트 슬래브 공법, 설비와 전기의 단위화 공법, 화장실 단위화 공법 등 공업화 공법이 개발되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로봇과 성력화 공법 등을 통해 공사 정밀도 확보와 동시에 건설 인력 부족 현상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다섯 번째로, 국내 프로젝트에서 공정 관리 도구를 사용한 체계적인 공정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수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프리마벨라(Primavera)와 같은 공정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업 초기부터 공사 완료까지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현장은 특수한 몇몇 프로젝트들 외에는 거의 없다. 대부분 바 차트 수준의 공정표로 공정 관리를 하고 있다. 국내 건설 현장은 대부분 여전히 경험적 지식에 의존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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