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콘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다
건설 프로젝트 조직은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현장 작업자, 엔지니어, 프로젝트 관리자(PM/CM), 정부 기관, 지역 주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거대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최종 목적지까지 배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모든 참여 주체들의 역할과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건설 프로젝트들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거친 풍랑 같은 외부 환경적 요인보다 한 배에 탄 주체 간의 분쟁,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 발주자는 시공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시공자는 발주자에게 클레임을 제기하고 협력업체에게 리스크를 떠넘긴다. 건설 계약을 통해 발생 가능한 모든 위협 요인을 계약 상대자에게 전가시키고자 하는 것이 전통적인 건설 계약 방식의 본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건설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공적인 건축물을 주어진 예산, 공기 내에서 요구된 품질 수준에 맞춰 완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은 리스크를 다른 주체에게 전가시켜서 얻는 반쪽짜리 성공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리스크 공유, 협업 환경 구축을 통한 모두의 성공이어야 의미가 있다.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강력한 공통분모 하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등 건설 참여 주체들에게 결국 필요한 것은 강한 상호 신뢰이다. 상호 간 신뢰가 두터울 경우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보 공유는 최근 건설 프로젝트의 중요한 경향이기도 하다. 공사의 실 투입 원가를 발주자에게 공개하는 오픈북(Open Book) 역시 정부의 투명성에 기초한 신뢰 기반 정보 공개방식으로, 건설 선진국에서는 시공 책임형CM(CM-at-Risk)이나 실비 정산 방식(cost plus fee0 계약에서 사용하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건설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들은 프로젝트 의사 결정과 성공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정부 지자체, 지역 주민과 같이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양한 유형의 주체들도 존재한다. 다양한 유형의 이해관계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쟁점과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설 프로젝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한시적인 조직 활동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규합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탁월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은 프리콘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성공의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프리콘 활동의 이상적인 모습은 발주자를 포함, 가능한 한 모든 프로젝트 참여자들을 프로젝트 초기부터 투입시켜 하나의 공동 운명체 조직으로 만들고,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문제를 서로 공유하고 논의하면서 리스크를 함께 해결해가는 것이다.
사람이 핵심이다
모든 프로젝트는 사람에 의해 창조된다. 프로젝트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타 산업에 비해 시스템이 덜 정비되어 있고 여전히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사람에 의해서 좌우된다. 좋은 인력의 투입이 건설의 성패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주자는 좋은 사람, 좋은 팀을 프로젝트에 투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흥하게 하는 것도, 망하게 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좋은 회사를 투입하는 것 못지않게 뛰어난 사람이 중요하다. 보통의 경우 좋은 회사가 우수한 프로젝트 책임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모든 프로젝트에 회사에서 가장 우수한 프로젝트 팀이 투입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건설 선진국에서는 프로젝트의 참여자를 선정할 때 회사의 역량, 경험도 보지만 그와 더불어 프로젝트의 핵심 책임자급을 심도 있게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핵심 인력의 인터뷰 절차를 거친 후에야 회사를 결정한다.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계 회사가 크다고 모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므로, 건설 선진국에서는 디자인 능력이나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하여 작은 회사에 큰 프로젝트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나머지 엔지니어링 사항들은 다른 팀으로 보강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큰 프로젝트=큰 회사에 맡겨야 한다는 등식이 깨어지기 힘들다. 과거 프로젝트 경력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전 심사제도(PQ, Pre-qualification)에서 작은 회사는 능력과 상관없이 아예 기회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뛰어난 설계자나 시공자가 투입되면 일단 그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전문성 있는 협력업체를 투입하여 뛰어난 기능 인력을 참여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은 사람의 손끝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공급자 측면의 사람 못지않게 수요자 측면, 즉 발주자도 좋은 사람이 투입되어야 한다. 발주자의 품격과 능력은 공급자보다 더욱더 중요하다. 발주자 측에 뛰어난 프로젝트 관리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뛰어난 관리자를 채용하든지 PM/CM 회사에 발주자 역할을 의뢰하여 뛰어난 프로젝트 관리 팀을 확보해야 한다. 일회성 발주자의 경우 담당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전문 PM 회사에 위탁하는 편이 좋다.
또 하나 중요한 관점은 발주자를 비롯한 모든 프로젝트 팀이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하고 프로젝트에 관련된 교육을 하는 일이다. 교육의 힘은 단위 프로젝트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품질과 안전의 확보는 끊임없는 교육과 정비례한다. 품질, 안전 면에서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발주자부터 현장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하고 발주자 그룹이 솔선수범하고 헌신해야 한다. 그것이 발주자의 책임이다. 결론적으로 건설 프로젝트는 결국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며 공동체 정신으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가가 성패를 좌우하는 요건이다. 프로젝트 성공에는 사람이 핵심이다.
좋은 회사를 선정하려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은 사람이며, 우수한 사람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구성하여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한 팀 구성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아무리 최고 연봉의 스타플레이어가 많은 축구팀이라도 조직력과 하나의 팀워크로 움직이지 못할 경우 좋은 팀이 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세계가 놀랄 만한 성적을 거둔 데에는 스타플레이어가 활약해서라기보다는 모든 선수라 하나의 팀으로서 유기적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좋은 회사의 첫 번째 조건은 철저한 프로 정신과 실력이 있는 회사이다. 실력이 있는 회사는 우선 실력 있는 구성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아울러 회사의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하며, 회사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프로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좋은 회사의 두 번째 조건은 철저히 고객을 생각하고 고객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회사다. 말이나 글로 그럴듯하게 고객을 이야기하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의 성공을 위해서 헌신하고 혼신의 노력을 하는 회사는 흔치 않다. 좋은 회사는 철저하게 고객의 편에 서는 회사다. 정량적인 성과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이도 정성적인 성과 만족(신뢰성, 친절성, 즉시 행동, 적극 지원 등)을 통해 과정 만족을 달성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당연히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고객의 불편 사항(VOC)을 진지하게 듣고 행동하는 회사여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평가(고객만족도 평가, NPS 등)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끊임없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여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철학이 있는 회사다. 요사이 기업의 목적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기업의 목적이 이익을 창출하여 회사가 존속하는 것(going concern)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이슈가 기업의 중요한 사명으로 부각되고 있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처음 계약할 때와 프로젝트 수행 단계에서 달라지지 않는 회사, 언행일치를 중시하고 정직과 투명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고객 가치 창출을 핵심가치로 삼는 회사, 안전을 우선시하는 회사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조건은, 프로젝트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탁월한 사람을 고용하고 구성원들이 탁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교육 훈련을 시행하는 회사다. 아울러 프로젝트 현장에 나가 있는 소수의 인원을 지원해주는 본사의 백업(back up) 시스템이 뛰어난 회사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탁월한 구성원들이 갑을 관계를 뛰어넘어 ‘우리 프로젝트’라는 주인 의식으로 충만한 상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가 좋은 팀,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조직 구성이 성공을 좌우한다
좋은 팀,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조직 몰입도를 높여야 하며, 동기를 부여하며,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이끌어내려면, 숙련된 사람들이 상호 협력하는 팀에서 함께 일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설계 및 시공을 위해 구성된 팀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각각 분야별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원만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협업해야 한다. 이때 발주자 또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구성하고, 그들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업무를 정의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일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의 규모 및 구성은 건설 프로젝트의 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프로젝트 요구 사항들을 만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이룬다. 팀 관계를 규정하는 역할, 책임, 의사소통 채널, 규칙들이 사전에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업무를 진행하면서 혼선을 빚지 않는다. 특히 설계 및 시공 조직의 리더십은 발주자 내부 팀의 리더십만큼이나 중요하며, 경험과 관리 능력을 갖춘 사람의 확보 여부가 프로젝트 전체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및 PM/CM으로 구성된 의사결정 위원회가 필요하며, 이러한 조직 구조를 통해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권한 관계와 의사결정 체계가 수립된다. 프로젝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책임, 역할, 보고 체계 등을 정의하기 전에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형태의 의사결정 조직을 만들고, 발주자 조직을 포함한 외부 조직들을 어떻게 선정할 것 인가하는 점이다. 이러한 조직 구성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에 적합한 참여 조직별 업무 분장과 수행 절차가 결정된다.
의사결정 위원회는 각 분야의 최고 책임자 레벨이 참여하는 정책위원회와 같은 최고 의결 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현장 책임자급들로 구성된 실무 위원회를 구성하여 주기적으로 실무 레벨에서 필요한 의사결정과 소통을 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직은 프리콘 기간과 시공 중에는 구성 요소나 참여 조직, 역할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위원회의 개최 빈도, 역할과 책임, 주요 기능 등을 설계해야 한다.
위대한 팀워크가 필요하다
아무리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좋은 팀이라도 팀원들 간의 협력적 팀워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기술력, 전문성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위대한 팀’이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위대한 팀워크’가 필요하다.
팀워크가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 결과와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팀워크가 좋은 조직일수록 조직원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협동성이 높아지고, 소속감을 통해 동기 부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팀 내 경쟁을 통해 성과를 향상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팀워크가 좋지 않고 조직 내부에 갈등이 많을수록 조직원 상호 간의 불신이 크고,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조직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팀 빌딩이란 프로젝트 팀 구성원 간 공동의 목표, 상호 의존, 신뢰 및 헌신, 책임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로 팀 구성원 간의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팀 빌딩 프로세스의 핵심 요소는 상호 신뢰, 프로젝트 목표 공유, 팀 구성원 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 형성 등이 있으며, 이는 특정 프로젝트 동안에 구축되는 단기적 관점의 프로세스이다. 팀 빌딩을 위해서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공동 업무 수행을 위한 각 참여자들의 역할과 의무를 공유하고 있어야 하며, 팀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명확히 정의해 두어야 한다. 또한 열린 의사소통 및 피드백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업무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이러한 팀 빌딩을 통해 비로소 프로젝트 성과가 향상될 수 있는데, 세부적으로는 문제 상황에 대한 조기 발견, 조직 내외부 관계 개선, 적대적 관계 감소, 신뢰 기반 구축 및 공동체 의식 함양, 열린 의사소통 가능, 문제해결 능력 향상, 프로젝트 전 단계의 품질 향상 등을 꾀할 수 있다. 팀 빌딩은 긍정적인 효과에 비해 쉬운 일이 아니다. 팀워크의 좋은 점만 누리고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 무임승차로 인해 조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경우도 흔히 있기 때문이다.
팀워크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상호 간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참여자들 간의 상호 신뢰 구축 여부는 프로젝트 참여자의 프로젝트 수행 철학, 윤리의식 수준, 공동 책임 의식, 모든 참여자들과 함께 문제해결 방안 도출, 약속한 사항에 대한 명확한 이행, 파트너에 대한 상호 신뢰로 판단되며, 상행(win-win)하는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건설 프로젝트 조직은 구성원 간의 팀워크를 망치는 요소를 경계해야 한다. 팀워크는 조직원 간의 갈등에 의해서도 무너질 수 있지만, 프로젝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모호하거나 목표가 추상적인 경우,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할 경우에 조직원들의 동기 부여 수준이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팀워크를 망치게 된다. 건설은 하나의 프로젝트에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주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방향과 목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을 경우 혼란이 가중된다. 특히 설계와 시공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이므로, 설계 단계에서 의도한 프로젝트의 방향이 시공과정에서 제대로 구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프리콘 활동을 통한 다양한 주체들의 조기 참여가 필수적이다.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으로 협력하라
건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한배를 탄 운명체이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면 풍랑에 휩쓸리기도 한다. 이때 모두가 하나가 되어 노를 젓고, 파도를 해쳐 최종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한다면 프로젝트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 프로젝트 과정에서 ‘나’의 위기는 ‘모두’의 위기이며, ‘나’의 성공은 ‘모두’의 성공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건설산업을 살펴보면 ‘나’의 위기를 ‘너’의 위기로 전가하기 위해 전략적 방법을 모색하거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주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설계와 시공을 분리시켜 공사를 수행하는 전통적인 건설 수행 방식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조직이 최고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건전한 조직 문화, 건설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궁극적인 힘은 어떠한 시스템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조직 문화’이기 때문이다.
건설 프로젝트 참여자들을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동기 부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릇 조직 문화란 교육이나 명령에 의해 실현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는 조직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조직원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건설 프로젝트에서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데에는 변별력 있는 평가제도 부족, 프로젝트 조직 내 공감대 형성 부족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또한 경험, 노하우가 중시되는 산업이다 보니 명확한 업무 지침과 절차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지기보다 경험에 의해 절차가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 건설산업은 다르다’라는 인식이 조직 내 건전한 건설 문화를 형성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건설산업은 다르다’고 하기보다는 ‘건설산업은 그렇더라도 우리는 다르다’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건전하고 협력적인 건설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겠다.
건축이야기—렌조 피아노의 더 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