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프로젝트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프리콘

몇 년 전 회사 내에서 건설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사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현장 일선에서 실무 책임자들이 몸소 느끼는 건설의 핵심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화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설문 조사를 통해 총 45가지 핵심 성공 요인들이 도출되었는데, 이를 종합하고 나의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핵심 성공요인 1: 발주자 (발주자의 명확한 프로젝트 범위 설정, 우수한 업체 선정과 협력 체계 구축, 발주자의 사업 관리 역량 등)

핵심 성공요인 2: 프리콘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전략 수립, 설계 단계의 체계적 원가 관리 및 VE, 시공성과 공기 검토, 프로젝트 초기 단계의 협업 등)

핵심 성공요인 3: 좋은 설계 (탁월한 디자인 능력의 설계자 참여, 원가와 시공성을 고려한 설계 능력 등)

핵심 성공요인 4: 팀워크와 사람 (설계자, 시공자의 역량, 참여자 간 신뢰 기반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협력,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이해 등)

핵심 성공요인 5: 프로젝트 관리 (프로젝트 전반의 리더십, 전략 수립, 공사비, 시간, 품질 관리, 계약 및 리스크 관리, 효율적인 소통 능력 등)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성공 요인에 관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은 바로 ‘발주자’와 관련한 사항이었다. 발주자를 통해 사업 기간, 규모 및 예산이 정해지고 여기에 따라 기획 및 설계 단계 업무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발주자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 및 이해 수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사업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발주자 조직 내에 사업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의 유무에 따라 의사 결정의 절차 및 소요 시간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발주자 조직 구성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발주자의 의사 결정 지체가 프로젝트 지연의 대표적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발주자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모든 참여 주체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꼽은 핵심 성공 요인은 ‘프리콘’ 활동이다. 기획 단계에 프로젝트 수행 원칙과 철학(Project Charter)을 수립하고 좋은 설계를 위해서 발주자 요구 사항과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만든다. 시공 이전 단계에서 설계의 시공성, 적정성 등을 검토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하나의 팀을 구성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설계에 공사비가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설계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기부터 투입돼 프리콘 활동을 수행한다면 프로젝트의 예측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세 번째 핵심 성공 요인은 ‘좋은 설계’이다. 탁원한 능력을 가진 설계자가 참여하여 좋은 설계를 하고 설계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올라간다. 두 번째 핵심 성공 요인인 프리콘 활동의 핵심도 설계 단계에서의 디자인 매니지먼트이다. 완성도가 높고 경쟁력 있는 도면을 생산하여 시공 과정에서 설계 변경을 최소화시킴으로써 공기 지연, 공사비 증가를 방지할 수 있다.

네 번째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팀워크와 사람’이 선택되었다. 건설 프로젝트는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분야별 전문가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수행 실적과 경험을 토대로 전문가를 투입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다양한 사업 참여자 조직들이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팀워크와 사람이 중요한 핵심 성공 요인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가 중요하다. 공사 기간, 공사비, 품질 등 프로젝트 성과 목표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프로젝트 관리는, 자칫 일상적인 업무로 치부될 수 있지만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반드시 수행되고 반영되어야 할 요소이다.

건축이야기—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1989년 베를린시 정부는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디자인을 채택했고, 이후 12년이라는 오랜 건축 과정을 거쳐 2001년 9월 11일에 새 유대인 박물관을 정식으로 개관했다.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형상화한 아홉 번 구부러진 박물관의 외관, 지하에 숨겨 놓은 출입구, 망명의 정원, 홀로코스트 타워, 기억의 공간 등은 홀로코스트와 그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상징한다.

기억의 공간 바닥에 있는 메나세 카디시만의 작품 ‘낙엽’, 입을 벌리고 있는 1만여 개의 얼굴 형상들 위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을 때마다 마치 희생된 영혼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건축가는 전 세계에서 온 많은 방문객들이 건물만으로도 유대인의 역사적 비극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비극에서 긍정의 요소를 발견해 건축물로 재생산하는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탁월한 능력에, 과거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고 미래에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독일의 의지와 철학이 더해졌기에 이런 건축물이 가능했을 것이다.

“건물은 콘크리트와 철, 유리로 지어지나 실제로는 사람들의 가슴과 영혼으로 지어진다”는 건축가의 신념을 직접 눈앞에 대면하고 보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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