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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시대의 거울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다”라는 경구가 있다. 건축물에는 동시대의 생활 습관이나 사회적 규범, 철학, 예술, 역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위대한 건축물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훌륭한 발주자와 기술자 이에도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동참이나 지지, 그리고 걸작품을 만들겠다는 시대정신이 필요했다.

전 세계 유명 건축물들의 탄생 배경과 건축물이 지니는 상징성들을 두루 살펴보면, 위대한 건축물이 탄생되기까지는 훌륭한 발주자와 뛰어난 기술자(건축가), 그리고 기술자를 우대하고 존경하는 사회적 풍토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가구 및 산업 디자이너였던 알바르 알토(Alvar Aalto)는 지금도 핀란드의 국부로 존경을 받고 있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건축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성가족성당)는 가우디가 31세였던 1883년 착공되어 가우디가 죽은 지 100주년이 되는 시점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의 걸작을 완성하기 위해 후대 건축가에 의해 그대로 복원되기도 하고 때론 재해석되어 왔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동참과 시대적지지, 염원과 희망을 담아 오늘날까지 지어지고 있다. 위대한 건축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시대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건축물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철학과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웅장함에 압도되는 로마 건축물을 마주하면, 우리는 로마 제국의 번영과 영광을 떠올리게 된다. 건축이 삶을 담는 그릇이며,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갖는 시대적, 역사적 사명은 국내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재로도 등재된 경주의 불국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이자 우리 선조들의 삶, 사상과 의지를 잘 반영하는 건축물이다.

특히 기둥처럼 골격을 이루는 석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크기의 자연석을 이용해 자유롭게 쌓은 불국사 석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당대의 생활상을 엿보게 해준다.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에는 신의 비율로도 불리는 황금 비율의 원리가 적용되어 우리 민족의 정제된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석가탑의 폭과 높이의 비율, 기단부와 각 층, 상륜부의 황금구형 등에서는 당시 우리 선조들의 정밀한 과학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다보탑은 복잡하고 화려한 석탑으로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구현하고 있어 불국사의 대표적인 유물로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직단, 종모와 같은 조선 시대 건축물에는 조선 왕조의 통치 이념인 유교적 정치 이념이 깃들어져 있고, 경복궁에서는 조선 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요약하자면, 건축은 그 시대의 산물이고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건축은 발주자의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발주자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건설 혁신 노력을 시작할 때 혁신의 대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주체가 발주자였고, 발주자들이 모여 워크숍을 할 때 내걸었던 구호는 “잘못된 프로젝트 결과는 우리 발주자의 거울이다”였다.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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