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은 프로젝트 성공의 전략이다
건설사업과 관련해 기술과 산업이 발전되지 못했던 10세기 이전에는 수요자, 즉 발주자가 생산 역할까지 했다. 이후 인구가 늘어나고 기술이 발전되고 산업화로 가기 시작하면서 건설사업에서도 역할 분담이 일어났다. 발주자는 그의 생산자 역할을 주문을 통해 아웃소싱하기 시작했으며, 발주자의 역량에 따라 주문하는 방식, 즉 발주방식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주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발주자의 역할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며, 오히려 선진국으로 갈수록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역량이 중요시 된다. 그러나 현대의 건설사업에서 발주자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하기란 쉽지 않다. 설계 혹은 시공을 제외한 모든 업무가 발주자 업무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진국에서 종종 예산편성을 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총투자비에서 발주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량을 금액으로 환산하기도 하는데, 그 비용은 총 건설투자비의 10% 내외가 된다고 하니 발주자 업무 비중의 간접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이처럼 절대적이지만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발주자의 역할을 외주 용역의 형태로 대신 수행하는 주체가 바로 CM 서비스 공급자, 즉, CM 전문회사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CM 회사는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역량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CM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흐른 지금, 그들의 역량이 발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으며 어떤 역량을 개발하여야 할까? 본 장에서는 이러한 이슈들을 산업 차원, 제도적 차원 등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CM 회사들이 역량강화를 위해 취해야 할 전략을 다뤄보도록 한다.
1. CM 서비스의 시작
건설산업의 수요·공급 구조와 CM 서비스
CM 회사의 역량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수요와 공급 구조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요와 공급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건설의 경우 수요에 따라 공급되는 주문생산이라는 보편적 특징을 갖지만, CM 서비스 수급구조에는 이와는 다른 속성이 있다. 설계나 시공은 분명한 목적물이 있으나 CM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CM 서비스를 지식산업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에서 CM 서비스 시장이 가장 큰 나라로 미국을 들 수 있는데, 미국에서 CM은 민간 시장에서부터 출발했다. 인프라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시장의 경우, 많은 발주자가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직접 수행해 왔기 때문에 제3의 전문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반면, 민간의 경우 일회성 건축공사가 대부분이므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발주자가 건설 전담조직과 인력을 상시 보유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동시에 최소비용으로 최단기간에 목적물을 완성할수록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사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하게 되었다. 이후 민간 사업자가 외부 전문기관의 힘을 빌려 원하는 목적물을 성공적으로 얻었다는 입소문이 미국의 CM 시장을 활성화 시켰다.
국내 CM 서비스 시장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제도가 시장을 만들었다는 주장과 발주자가 시장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제도가 시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도 이전에 이미 CM이 활용된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를 잘 모르거나 산업차원에서 제도라는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도입된 것만을 놓고 얘기하는 것 같다.
실제로 제도 이전 도입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최초로 알려진 원자력발전소 건설에서부터 종합설계엔지니어링과 구매 및 시공관리(EPCM)계약 방식이 도입된 바 있다. 이 사업에서는 발주자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국회사의 제안으로 사업관리 업무가 용역범위에 포함되었는데, 발주자는 자체적으로 대규모 플랜트 건설을 종합관리하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경부고속철도에 도입했던 종합사업관리 자문서비스 계약 역시 원자력발전소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한 결과였으며, 인천국제공항1단계 사업은 원자력발전소와 경부고속철도에서 도입한 사업관리방식을 따랐다. 특히 경부고속철도 사업에 도입했던 종합사업관리자문방식은 원자력발전소의 성공 모델도 참고했지만 글로벌 공급자가 정부에 제안했던 방식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국내 CM 서비스 시장은 발주자 역량 부족과 함께 외국 기업이 제공한 서비스의 성공 모델을 참조하여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 냈다는 주장이 타당하다. 이는 미국과 같은 선진 시장의 CM 서비스 발생방식과는 차이가 있으며, 성공 사례가 시장을 만들어낸 경우이다. 여기서 성공사례는 CM 서비스를 활용한 발주기관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측면으로 해석해도 좋다.
이런 사례들, 즉, 제도 도입 이전 CM 서비스의 특징은 공급자가 업무범위와 수행방법, 대가까지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공급자의 제안서를 기준으로 협상을 통해 범위와 수행방법, 그리고 대가 규모와 지불방식이 결정되었다. 동시에 국내 CM사업단이나 책임감리단이 별도 사무소를 갖는 형태와 달리 발주자와 동일한 공간인 통합사무소(integrated project office 혹은 integrated project management office)에서 근무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계약적으로는 업무 범위와 책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지만 통합사무소 역할은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를 대상으로 했다. 서비스 범위나 수행 방법, 및 시기 등에 계약적인 분쟁이 있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던 것이다. 사업관리통합사무소에서 사업관리는 전문기관이 개발한 절차서와 프로그램을 통해, 계획 및 관리 역할을 수행하였다. 물론 정부 부처와의 행정 처리는 발주기관의 내부 행정지침(일명, 내규)을 따랐지만 사업관리에 관해서는 만큼은 철저하게 사업관리시스템에 따라 수행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한편, 국내의 초기 CM 사례에서는 발주자의 요구사항은 물론 기대 이상의 전문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사업관리 서비스 대가를 최대한으로 올려주기 까지 했다. 발주자와 사업 환경을 만족 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CM 기업의 서비스 역량이 좌우한다. 역량(capability) 평가의 경우, 해당업무의 수행 가능성에 대해 결정하는 것을 절대평가라 한다면 남보다 더 잘 할 수 있는지는 상대평가로 정의될 수 있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상대평가와 관련된 역량을 경쟁력(competitiveness)이라 부른다. 역량과 경쟁력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역량을 갖췄다는 것은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의미이고 자격을 갖춘 다른 기관과의 경쟁에서 유·불리를 다툴 수 있는 역량을 경쟁력이라고 한다.
실무적 관점에서 본 국내 CM의 변천사
한국의 건설 사업관리체계 역사는 4세대로 구분이 가능하다. 짧은 역사에 비해 4단계로 세대가 구분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소득수준이나 기술 수준, 투자비 공급원, 프로젝트의 규모와 복잡성 등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것이 건설사업의 관리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복잡해질수록, 한 프로젝트 내에 여러 종류의 개별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을수록 관리체계가 복잡해지고 다계층화 되는 양상을 띠게 되고 따라서 건설사업관리의 형태도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발주자들이 요구하는 CM 서비스의 범위와 역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각 세대의 개괄과 가장 대표적인 사업의 내용들을 통해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 제1세대
건설사업관리 체계의 제1세대는 1960~1970년대다. 당시 건설 투자 재원의 대부분은 외국 차관으로 충당해 왔다. 기술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인프라로 대규모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EPC 방식이자 완전 턴키로 건설되었다. 포항제철공장도 같은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당시에는 건설사업의 관리체계와 관련된 용어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는데, 발주자의 관심도 적은 편이었고 대부분이 외국 자본과 기술이 지배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 제2세대
제2세대는 국민소득 수준이 $10,000 이하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로 정리된다. 제2세대 건설관리 체계에서는 제도적인 틀이 완성되지 않았던 시기로, 발주자가 직접 계약하고 외국기술이 주도하는 PMC 체제가 지배했다.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1단계, 올림픽 등 수십억 달러가 투자되는 초대형 사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시 초대형사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부족했지만 이때부터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공공발주자들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일련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업을 공기 내 최소 비용으로 완공시키기 위한 사업관리 전략 수립을 주문했고 당시에는 외국 기업이 사업관리 관리방식이나 구조를 제안하기도 했다.
• 제3세대
제3세대는 1995년부터 2005년 사이로, 이 시기에는 월드컵경기장, 인천공항 제2단계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건설과 경부고속철도 사업 등에서 검증된 종합사업관리(PM)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1993년도에 도입했던 책임감리제도와 별개로 1996년도에 CM 제도가 도입됐으며, 이때 PM이라는 용어 대신에 CM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배경에는 발전소 등의 플랜트건설과 전통적인 건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였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PM이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것도 CM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 중 하나였다. CM방식이 법제화되면서 PM보다 CM이라는 사업관리체계가 대세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 제4세대
제4세대는 2006년도 이후부터 현재까지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행정중심복합도시(현 세종시), 용산미군기지이전사업(YRP), 4대강 정비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의 규모가 큰 데 비해 시간적 제약이 강한 특성도 있었다.
국내 건설 시장에 처음으로 포트폴리오 관리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동일한 프로젝트에 프로그램관리와 CM, 책임감리의 개념이 동시에 도입되기도 했다. 특히 이 시기에 국내에도 5조원 이상이 초대형 인프라 투자 사업이 등장했고 사업의 규모나 사업에 포함된 시설도 다양해졌다. 국내에서 최초로 프로그램관리(종합사업관리)라는 신조어가 탄생되었는가 하면, 이 방식이 발주자 역량, 사업의 규모, 사업의 특성, 경험, 지식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으로 적용되어 현재 진행 중인 세종시 건설이나 착수 예정인 새만금개발 사업에 도입되었거나 도입될 예정이다.
• 경부고속철도1단계 사업의 종합사업관리 자문계약방식
제4세대를 대표하게 될 CM유형으로 프로그램관리방식 또는 종합사업관리방식을 언급하였지만, 사실상 이러한 방식은 경부고속철도1단계 사업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된 바 있다. 이 사업의 공사는 2010년 10월에 준공되었지만 종합사업관리는 더 이른 2004년도에 종료되었다. 최초 도입 당시 용역의 성격은 자문계약 형태로 계약금액은 20백만 달러였는데 1997년도에 사업관리(PM) 지원으로 사업관리 범위가 넓어지면서 금액도 120백만 달러로 증가됐다. 처음 이 사업에서 종합사업관리 자문계약방식(program management advisory service)을 선택했던 이유는 발주자 조직의 불안정성과 경험 및 지식 부족에 의한 리스크 때문이었다.
즉,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제외하면, 인프라 시설로서는 최초의 초대형사업이었지만 발주자는 프로그램관리는 물론 프로젝트관리에도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서비스범위와 계약금액에 대한 우려가 컸고 결국 외국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프로그램관리방식을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동시에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었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프로젝트관리방식을 벤치마킹했다. 또 국내 철도사업에 경험이 부족했던 외국회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서 사업관리를 수행하고 있던 국내회사를 프로그램관리 자문계약에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은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98개월 정도 공기는 지연되었지만 전체 투자비는 공기지연으로 인한 간접비 증가를 제외하면 예상보다 증가폭이 낮았다.
• 인천국제공항1단계 사업의 종합사업관리 지원방식
고속철도사업에 도입된 종합사업관리 자문계약을 벤치마킹하여 인천국제공항1단계 사업에도 같은 방식이 도입됐다. 인천국제공항사업의 종합사업관리방식에 대한 연구는 이미 1991년 9월에 시작되어, 같은 해 11월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서 강력한 사업관리(PM)방식의 필요성이 제안되었다. 결국 이 사업에서는 ‘종합사업관리지원방식’(program management advisory service)을 선택했는데, 고속철도사업에서의 ‘자문서비스계약’에서 나타났던 약점을 보완한 결과였다. 인천국제공항사업은 한글과 국내법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었으므로 원자력발전소 사업관리 경험을 가진 국내 회사를 주계약자로 하고 외국회사를 하도급자로 선정했다.
특이한 것은 이 사업에서 프로그램관리 지원서비스 방식, CM방식, 책임감리방식 등 3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계약 형태가 동시에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CM방식은 여객청사 시설에만 독립적으로 도입되어 2년 만에 종결되었는데, 종합사업관리 지원서비스의 업무범위와 중복되었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합사업관리 지원서비스계약은 발주자와 종합사업관리자가 별도 조직을 두지 않고 통합사무소(IPMO)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주요 포지션에 발주자와 용역자 소속의 인력을 각각 배치해 카운터파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각자의 역할은 엄격하게 구분하여 업무상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하였다.
즉, 발주기관의 보직자는 내부 행정과 정부 행정업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으며, 종합사업관리 서비스는 행정업무로부터 독립하여 전적으로 사업관리에 전념하도록 했다. 발주자 카운트파트가 주요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업관리자가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행태였다. 발주자는 발주자와 계약자라는 종속적인 관계를 없애기 위해 사업관리 보직자에게 발주자 카운트파트 조직 아래 직원을 평가 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 용산미군기지 이전사업의 프로그램관리 컨설팅
고속철도사업이나 인천공항사업 이후 최대 용역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용산미군기지 이전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에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동시에 관여되어 있었는데, 정부 협약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점과 함께 양국의 국무와 국방부 등 4개 중앙정부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현금과 현물이 양국정부간에 동원되는 복잡한 재원 조달 협약도 있었다. 미국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은 미군과 극동지역공병단이 담당하고, 우리나라는 국방부와 국방부 산하에 독립된 전담기구로 사업단을 구성하였는데, 이처럼 다양한 주체가 혼재되어있는 특수성 때문에 강력한 프로그램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006년 10개월간의 수행된 종합사업관리방식 연구는 우리 측에 인천국제공항1단계 사업과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관리 지원방식을 권고했고, 미군 측에서는 강력한 프로그램관리의 리더십 발휘를 위해 일괄프로그램관리(Program Management at Risk) 방식을 제안했다.
결국 한국과 미국 측의 타협안으로 프로그램관리 컨설팅이라는 서비스 형태로 계약이 이뤄졌고 이 용역은 한미 간 컨소시움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 사업에는 책임감리와 극동지역공병단의 감리 등이 함께 도입되어 독특한 관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CM 서비스에 요구되는 역량
이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 동안 CM 사업과 시장의 변화가 있었고 굵직한 대형 CM 사업이 존재했음에도 우리는 한국 건설에서 CM 혹은 PM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지금의 역량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무엇보다 역량 개발이 우선이라는 점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역량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PMI의 PMBOK에서는 사업관리의 목적이 사업의 특성을 관리하는데 있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사업관리의 본질은 한시적(시간제약)인 사업에서 한정된 예산(투자비 제약)으로 발주자가 요구하는 품질을 맞추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이라 정의하고 있다. 포괄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여기서 얘기하고 있는 전문지식과 기술이 사업관리자, 또는 CM 회사의 역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키워드이다.
반면, 이 역량은 발주자의 평가에 의해 그 수준이 결정된다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업관리자에 대한 발주자의 평가는 공기, 예산, 품질, 안전과 같은 계량화된 지표에 근거한다. 또, 계량화된 성과 지표 외에 발주자의 만족도 혹은 기댓값도 CM 역량의 간접적 지표가 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서비스 제공자의 신뢰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이전의 실적과 경험 등의 검증된 사실이 가장 확실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발주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리드하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계량화된 역량은 물론,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한 신뢰성이 서비스 제공자의 가장 강력한 역량이자 경쟁무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발주자의 입장에서 볼 때 CM 서비스 제공자의 역량을 실적과 경험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한다면, 역으로 CM 회사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그들의 역량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소화 가능한 시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역량에 맞는 사업에서부터 착실히 경험을 쌓고 성공사례를 늘여가야 한다.
회사의 역량을 홍보하는 것도 검증된 실적이 없으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우며, 설계·엔지니어링이나 시공 입찰에서 실적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CM 서비스 입찰에서는 수행한 사업 건수보다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이 어떤 성과를 거뒀냐는 질적 평가가 양적 평가보다 우선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