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발주자가 CM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CM은 프로젝트 성공의 전략이다

CM 방식의 장점과 유형

미국의 Construction Management Association of America(CMAA)는 CM 방식(용역형)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프로젝트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프로젝트 범위의 적정 관리∙프로젝트에 적합한 발주방식의 제안∙프로젝트 기간의 관리 및 최적화∙설계, 시공 등 공사 참여자의 전문성 극대화∙공사 지연, 설계변경, 클레임 등의 방지∙설계자 선정 및 설계계약 지원∙설계 및 시공품질 향상과 각종 계약 방법의 최적화

이 장점들을 살펴보면, ‘CM’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장점들, 예를 들어, 예산절감, 공기단축, 품질향상 등과는 다소 다른 측면들을 엿볼 수 있다. 즉, 발주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니즈와 목표를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CM의 기능이 이 장점들 속에 녹아있는 것이지 ‘예산절감’, ‘공기단축’과 같이 직접적인 성과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물론 CM 방식을 도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이러한 장점들이 거둬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CM 회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관건일 것이고, 어떤 유형의 CM 계약을 채택하는지, 대금지급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따라 그 성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설계나 시공 등 다른 공사참여자의 역량과 그들과의 계약방법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핵심은 먼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발주자가 CM 방식의 필요성을 결정해야 하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하면 CM은 그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 건설공사 발주체계의 조합 ]

발주방식입찰방식계약방식
용역형 건설사업관리 방식(CM for Fee)최고가치 입찰방식(Best Value)실비정산보수가산 방식(Cost Plus Fee)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방식(CM at Risk)최저가 입찰방식(Low Bid)최대공사비보증가격 방식(Guaranteed Maximum Price)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Design-Bid-Build)협상 방식(Negotiation)총액계약 방식(Lump Sum)
디자인빌드 방식(Design-Build)자격 및 기술평가 방식(Qualification-Based; QBS)목표가격 방식(Target Price)
원·하도급형 분리발주 방식(Multi-Prime)수의계약 방식(Sole Source)단가계약 방식(Unit Price)

(출처: Design Build Institute of America(DBIA), Choosing Project Delivery Method, 2015)

*: DBIA에서는 CM for Fee 방식을 발주방식으로 보지 않으나 본고에서는 발주방식의 하나로 규정

이 과정에서 발주자가 선택하여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어떤 유형의 용역 형태를 선택하느냐다. 우리의 ‘건설사업관리’는 일반적으로 ‘CM’이란 단어 하나로 통용되고 있고 법에서도 일률적인 업무내용을 열거하고 있지만, 실제 해외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업무의 범위와 책임한계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분된다. 즉, ‘Construction Management’, ‘Project Management’, ‘Program Management’, ‘Project Oversight Management’ 등이 그것인데, 사실상 이러한 유형 구분은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것이라기보다 업체에서 정의하고 있는 상품 패키지와 같은 개념이어서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선도업체들의 경우에는 이런 패키지에 포함된 기능, 예를 들어 ’Claim Management’나 ‘Estimating/Cost Management’를 따로 떼어 별도의 컨설팅 계약에 의해 수행하기도 한다. 해외 유수 CM 업체들이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그런 기능을 필요로 하는 발주자들이 있기 때문이고, 역으로 그런 업무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CM의 장점’은 ‘발주자의 관점에서 본 장점이다. 부수적으로 설계자나 시공자에게 그 효과가 돌아갈 수 있겠지만, 발주자는 자신의 니즈와 프로젝트의 특성에 비추어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 판단될 때 CM을 선택하는 것이고, 여러 유형의 계약방식 중 최적의 것을 선택해서 그 장점을 실현시키면 된다.

캐츠킬-델라웨어 자외선 살균 수질정화시설

  • :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 : 2013년 10월
  • : 뉴욕시 환경보호국(New York City Dept. of Environmental Protection; DEP)
  • : 19억 달러

이 프로젝트는 2004년 뉴욕시가 수질정화 프로세스의 현대화 사업을 착수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기존 뉴욕시 상수 시스템에서 사용하면 염소 정화방식의 2차 정화 시설로 계획되어, 30~80억 달러가 소요되었던 타 방식에 비해 이 사업에서는 13억 달러를 투자해 하루 8,300,000㎥의 수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 사항 중 하나는 시운전(commissioning)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2012년 말에 준공된 시설이 2013년 10월에야 정식 가동에 들어간 것만 보아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는 시설이었음에도 지금까지 어떤 사업보다 많은 정화 용량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물을 시설에 유입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는 충분한 테스트나 시운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프로젝트 팀은 공사과정에서부터 1년 이상 하루 24시간 주 7일 근무에 인력을 투입해서 공사과정을 면밀히 조정, 관리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수량조절 설비를 가동할 수 있을 때까지 철저한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공사의 규모나 난이도, 테스트 및 시스템의 복잡성 등에 따라 공사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문서가 생산되었는데 본 사업의 CM단은 이를 관리하기 위해 맞춤형 건설관리정보시스템(Construction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CMIS)과 매일 매일의 현장 보고서와 데이터 관리를 지원하는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SOURCE를 개발해 활용했다. 특히 SOURCE는 물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로 시공자의 견적과 기성, 공기 및 자재 변경, EV 예측 등을 지원하는데 활용했다.

본 사업의 CM의 역할 중 또 다른 성공사례로 평가되는 것이 3D CADD (Computer-aided Design and Drafting)다. 원래 이 사업에서는 2D CADD만을 활용하도록 계획되어있었으나 CM팀의 제안으로 3D CADD로 전환, 사용했고 3D 모델에 공정을 결합한 4D 모델을 구축하여 전반적인 공정의 진행상황과 공정표를 시각화하였으며 공사 단계별 의사결정시 전문업체와 감리 인력에게 후속 공사를 시각적으로 이해시키는 데에도 활용하였다.

많은 CM 프로젝트가 건축공사를 중심으로 수행되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사업은 시설물의 내용과 특성 자체가 매우 독특하였다. 특히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은 이런 사업에서 발전소나 플랜트 사업과 같이 턴키방식을 선택할 법도 한데 발주자가 CM방식을 도입한 것은 그만큼 새로운 시도와 많은 리스크가 내포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또 2개사 이상의 시공자(조인트 벤터 포함)가 공사에 책임을 지고 있었고 참여한 전문업체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들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조정, 관리하는 것이 사업성공의 관건이었다. 여기에 CM이 주도한 4D CADD 활용과 정보 및 문서관리 시스템은 공공발주자가 전체 사업을 예측가능하게 하고 신뢰를 더해준 성공요인이 되었다.

뉴저지 주 교육시설 건설(The Largest School System in New Jersey)

  • :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 : 2013년 10월
  • : New Jersey Schools Development Authority(SDA)
  • 파슨스
  • : 19억 달러

파슨스는 이 발주처가 추진하는 보건 및 생명안전 프로젝트 시설물 증축, 개보수 및 리모델링, 신축 공사의 설계와 시공 모든 단계를 감독(oversee)하는 책임을 맡았고, 특히 설계관리와 프로젝트관리가 핵심이었다. 그 외에도 발주자를 지원하기 위해 파슨스가 제공한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5개년 마스터 플랜 전반에 대한 자문•프로젝트 예산 검토 및 관리•구매조달 발주방식에 따른 사업비 실시간 관리•신축 교사(校舍) 부지 매입에 대한 지원 및 조정•사업계획, 예산 산정, 마스터 스케줄 작성, 각종 보고서 관리 및 정보관리 시스템 운영•설계관리, 건설관리, 구매관리, 교구 스태프와의 협업 및 현장 대리인 업무 수행

메르테스 예술 센터(Mertes Center for the Arts)

  • :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모어 시
  • : 2010년 9월
  • : 라스포지타스 커뮤니티 칼리지(Las Positas Community College District)
  • 파슨스 브링커호프(WSP Parsons Brinckerhoff)
  • : 4천만 달러

이 프로제트는 다수의 복합적인 용도의 시설물들이 포함되어있고 계획 당시부터 다양한 관계자들의 니즈와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교수, 학생, 교직원들은 물론이고 대학의 유지관리, IT, 보안 관련 부처와 리버모어 시(City of Livermore)의 수도국과 소방국, 캘리포니아 주 건축부(Division of the State Architect), 캠퍼스 인근주민 등이 관여하고 있었고, 80여개의 전문업체와 공사 피크 시에는 약 200여명의 노무자들이 몰려들어 이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이 시설은 2010년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완공되어야 했는데, 캠퍼스 내에는 다른 프로젝트들과 캠퍼스 개선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어서 이를 연계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순환수 파이프 배관을 깨끗이 청소해서 새로 건설된 중앙냉난방 시설에 연결하는 공사가 병행되어야 했고, 소방경보 장치와 보안 카메라, 주차시설의 비상전화, 태양광 주차티켓 장치 등, 규모는 작지만 세심한 관리와 테스트가 요구되는 작업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수많은 관계자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조정한 CM의 리더십이다. 이처럼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때는 각자의 요구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나는 결과가 흔히 발생되는데, 대학 당국의 방침은 그들의 산발적인 요구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시설 전체 프로그램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예산을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속가능한 설계에 비중을 두고 화이트루프를 사용한 에너지 절약, 물이용 효율개선, 개별 냉난방, 재활용 자재 사용 등을 통해 LEED 실버 인증을 받은 것이 장기적 사업방향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 진행과정에서 사용자 그룹은 종종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설계자는 사용자 그룹에 편승해 설계에 더 많은 것들을 반영하려 했으며, 유지관리 관계자는 설계단계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애초 설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기능적인 요소들을 추가하기를 원했다.

따라서 파슨스 브링커호프 CM팀은 사용자들 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설계팀과 시공팀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라 보고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결과 설계변경을 최소화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최대한 원활하게 하는데 집중했으며, 결과적으로 총 사업비 4천만 달러의 이 프로젝트를 공기지연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워싱턴 기념관 보수 공사(Washington Monument Earthquake Repair)

  • 워싱턴 DC
  • 2014년 5월
  • 미국 국립공원청(U.S National Park Service)
  • 힐 인터네셔널/ 루이스 버거 그룹 조인트 벤처
  • (Hill International/ Louis Berger Group JV)
  • 11.3백만 달러

이 기념탑은 2011년 워싱턴 D.C 남서부에서 발생한 5.8규모의 지진으로 균열과 깨짐, 변형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미국 국립공원관리청(U.S National Park Service)은 총 2년 반의 공사기간에 걸쳐 이를 보수 보강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CM 사례가 주는 시사점

대표적인 예가 워싱턴 기념탑 보수 공사인데, 다섯 가지 사례들 중에는 공사비 규모가 가장 작고, 작업자의 안전문제가 남다를 순 있겠지만 기술적 난이도 역시 가장 낮은 프로젝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으로 보면 워싱턴 기념탑의 지리적 위치나 관련 기관들, 관광지라는 특수성과 정치적 일정까지 발주자가 해결해야할 수많은 문제가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CM의 매니지먼트 역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통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주자들이 각각의 프로젝트에 그러한 역량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CM에게 그 일을 맡겼다는 점이다.

이 사례의 경우, 단순한 보수공사라 치부하고 공사 그 자체에만 신경을 썼더라면, 수많은 관계자간의 이해관계 충돌과 사업지연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위의 사례들은 발주자 스스로가 CM이 왜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해줄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CM 방식의 장점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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