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은 프로젝트 성공의 전략이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지금이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선언이 있었다. 이는 세계적인 지명도와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들이 지적하고 공감하는 부분으로, 앞으로 기술 발전 및 혁신 속도는 과거에 비해 10배 이상 빠르고 크기는 300배 이상이며 파급 영향력은 3,000배 이상 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에는 산업 내 경쟁보다 산업과 산업 간의 경쟁으로 무대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우리가 경험했고 알고 있는 사실과 너무나 달라지고 있고 제4차 산업혁명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이별을 주문하고 있다.
세계적인 지도자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현실을 통해 지적하면서, 변화에 대한 시각을 미래가 아닌 현재 물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빙산으로 표현했다. 미래 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너무 많은 노력을 들이지 말라는 주문을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고 예상되는 변화가 너무 크고 빠르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을 택하라는 주문이다. 아무도 가까운 미래조차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흔히 건설은 전통적인 산업으로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한다. 누구나 건설의 속성이 비복제·비반복적이며 표준화가 어렵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과 달리 자동화가 어려우며 이런 유사한 이유들을 들어 건설이 타 산업과 다름을 주장한다. 하지만 건설만의 속성이라는 주장도 조만간 힘을 읽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기술로 벽돌을 만들고 집을 짓는 것이 현실화되고 건설 현장에서 기능 인력이 사라질 날이 곧 현실화 될 것이라 예측한다.
일본의 노무라연구소와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이 공동으로 연구(2016년 1월) 결과에 따르면 일본 건설현장에서 기능공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작업의 비중이 49%나 되며, 영국에서는 35%에 이른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데이터기반 설계엔지니어링 기술은 도면을 3D 모델로 대체해가고 있는데, 건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도면이 건설에서 사라 질 날도 곧 올수도 있다.
이렇게 자동화 및 정보기술과의 융합 확산은 전통적인 설계와 시공 등 생산기술력 차이를 산업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선진국 대비 기술력 격차도 앞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경기는 현재와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줬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컴퓨터이다. 이 대국을 통해 인간의 지능을 인공지능(AI)이 넘어섰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3D 프린팅과 ICT 융합에 의한 현장 시공 자동화는 기술력 대비 낮은 가격을 경쟁력이라 부르는 가성비가 더 이상 효력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기술력의 평준화와 가성비 개념의 무력화는 물리적인 기술보다 지혜와 지식 역량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1월 부상하게 될 산업에 매니지먼트와 건설관리를 포함시켰다. 매니지먼트와 건설관리의 공통점은 지식(knowledge)과 지혜(wisdom)로 무장된 지능(intellectual power)의 힘이라는 점이다. 정보(information)와 데이터 수집 및 축적이 곧 기술력이라는 기존의 속설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이다. 이는 건설 시장을 지배하는 거버넌스도 전통적인 생산기술에서 전략과 기획, 관리 등 프로세스 역량으로 바뀜을 의미한다. 세계 시장에서 이런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세계표준화기구(ISO)에서 발간한 사업관리 지침서는 그 대상을 생애주기관리에서 사업 창출(biz case)까지로 확대했다. 생애주기라는 기존의 경계선을 허물어 버린 것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프로그램화 된 것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업 창출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세계 건설시장의 흐름과 한국 건설이 무관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한국 건설이 선택할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부상하는 산업군에 포함된 건설관리는 공학과 매니지먼트의 융합체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미래에 한국 건설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국내 CM 회사의 역량을 혁신적으로 높여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좀 더 현실적인 측면을 들여다 보면, 우선 CM 관련법과 제도도 제정당시의 기본 취지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내 건설의 생산성을 높여 안으로는 수요자에게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밖으로는 세계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과 제도는 산업의 기본 프레임을 정립하고 발주기관이 사업의 효율성을 최대한 제고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공공공사는 물론 민간공사에서도 CM 도입 목적을 살리기 위해 공사가 아닌 사업에 대한 평가체계부터 도입해야 한다. 계량화시킬 수 있는 공기(t)과 비용(c), 품질(q)과 안전(s), 그리고 환경(e)관리 중심으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사업 평가는 곧 바로 발주자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공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현실화 될 것이고 공공발주자로부터 사업관리에 대한 객관적 목표 설정이 가능해지게 되면 국내 CM 서비스 시장은 자연스럽게 활성화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민간공사 CM서비스 시장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계약표준약관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공공공사 CM 서비스 공급계약 약관은 있지만 민간공사 CM에서 표준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약관이 없다. 미국건축학회(AIA)나 건설관리협회(CMAA)에서 발간한 표준약관을 참고하여 정부가 개발 한 후 민간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민간거래라 해도 필요한 것은 건설공사 계약에서 표준하도급약관 사용을 강제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적용하면 가능하다.
국내 CM 회사 수준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발주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도 어렵다. CM 기업들도 역량 강화에는 공감하고 있다. 건설관리학회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국내 시장에서 CM 역량이 충분하다는 주장(22%)보다 국내 및 해외에서 모두가 부족하다는 응답률이 64.4%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량강화 없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 대가 수준을 높여 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공급자들의 서비스 역량을 높이는 게 우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 CM 회사 역량 부족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법과 제도에 의존하여 시장을 만들어 가려는 시도도 멈춰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규범적 틀에 의존하는 것은 좁은 국내 시장에서 우선 살고 보자는 의타심이다. 지식과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로는 법과 제도가 시장을 만들어 줄 명분이 없다. 공평 배분이 아닌 공정한 게임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며, 경쟁은 가격이 아닌 기술력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기술력이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역량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CM 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갈 수 있음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와 같이 오직 CM과 감리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도 있다.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는 인재 양성이 필수 과정이다. 동시에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인프라에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인프라 중심이라는 의미에는 개인의 역량을 뒷받침 하는 버팀목 역할로 기업이 존재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서비스 역량은 개인과 개인이 속한 집단의 힘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가 플랫폼 형태로 운영되는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서비스 역량 강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CM 회사가 역량을 강화해야 할 마지막 부문은 인력과 기업의 통합시스템이다. 흔히 국내 건설기술자 혹은 CM 전문가 역량은 선진 기업과 비교할 때 대등하자 주장한다. 그런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전문가가 속한 기업의 역량이 슈퍼헤비급과 초 경량급만큼 차이가 난다면 가진 만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그 원인을 해결하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기업이 갖춰야 할 시스템, 즉 사업 및 경영 인프라 구축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 선진 기업에 준하는 사업 및 경영 인프라 구축 없이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불가능하다.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부문으로 개별 기업이 독자 해결이 어렵다면 산업계 공동으로 표준 모델을 개발하여 공유하는 협업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