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층 아파트를 짓는 데 뉴욕에서는 1년, 서울에서는 3년

프리콘

국내 건설 프로젝트는 왜 오래 걸릴까

우리나라 사람의 DNA에는 ‘빨리빨리’ 가 기본 장착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국내 건설이 미국보다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빨리 지으면 부실하다는 잘못된 인식, 습관처럼 고착된 1층 짓는 데 1개월+α라는 관행화된 인식을 이제는 깨려고 시도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시공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공사 기간 지연 요인을 미리 분석하여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일, 즉 프리콘이 중요한 이유이다.

최저가의 함정에서 벗어나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

눈앞의 숫자에 급급하면 최저가 기준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듯 보이지만, 한 번 지으면 50년, 100년을 가는 건축물이라면 가격보다 품질이나 가치에 더 집중해야 마땅하다. 좋은 회사, 좋은 팀, 좋은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낸다는 지극히 간단한 원리에 충실해야 프로젝트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싼 가격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한 다수 프로젝트가, 결과적으로 비용은 비용대로 기간은 기간대로 늘어나면서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문제를 낳는다. 이를 저자는 건설 관련 소송 건에서 서울 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과 공공 저가 발주를 금지하는 영국의 사례 등 실증 연구를 들어 밝힌다.

프로젝트의 초기 계획이 비용 절감에 중요하다

프로젝트 의사 결정에서 가치는 최우선 고려 사항이지만, 비용 절감 또한 당연히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전체 건설 프로젝트 생애 주기에서 초기 3단계에 해당하는 기획, 설계, 조달에서는 프로젝트 목표 수립, 설계도면 작성, 발주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시공을 준비하는 사전 활동을 한다. 이 단계의 의사 결정에 따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나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시간이 지나 프로젝트가 시공 단계로 접어들면 기회가 급격히 감소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계획이나 설계가 중도 변경될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저자는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시공 이전 단계 비용은 15%지만, 프로젝트 전체 비용 중 90%에 영향력을 미친다. 원가, 일정, 품질 관련 제반 사항을 시공 전에 사전 검증하는 활동, 즉 프리콘이 프로젝트 성과를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이유이다.

90년 동안 깨지지 않는 경이적인 기록

1930년대 초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102층 건물을 13개월 만에 지었던 일은 여전히 기적 같은 성공 사례로 남아 있다. 타워크레인조차 없었던 시절 그 일이 가능했던 비결을 저자는 책의 한 장을 할애하여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건설 자재는 제때 도착하고, 불필요한 자재 운반을 없애고, 도착된 자재는 3일 안에 시공을 완료한다는 식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업무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린 개념도 흥미롭지만, 뚜렷한 공동의 목표, 발주자의 리더십, 빠른 의사결정, 탁월한 능력을 가진 시공사 선정, 팀워크 강조 등은 경영 일반에도 충분히 적용해 볼 만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국내 건설업에 대한 애정과 발전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지만, 특히 책의 마지막 장인 12장은 업의 현재 트렌드와 미래 전망으로, 모든 건설인과 관계자들에게 건네는 당부와도 같이 읽힌다.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 도시 인프라의 한계 등으로 이미 UN에서도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발표한 바 있으며, 특히 건설업은 지구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미래의 건설이 가장 주목해야 할 필수 요소이다. 제로 에너지 빌딩 등 에너지 성능 최적화, 건출물 수명 증대, 건물 운영 효율화, 환경 영향이나 시공 후 운영 비용을 고려한 자재 선정, 스마트 시티와 연계한 도시 차원의 지속 가능성 등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간이다.

완벽을 향한 열정으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상암 월드컵주경기장 등 성공 사례는 부록(부록A 중에서)

이 책의 부록을 읽지 않고 책을 덮는 독자가 없기를 바란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업 현장의 실제 경험을 직접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진행했던 2,200건 이상의 국내외 프로젝트 중 상암 월드컵주경기장, 롯데월드타워,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 클럽, 스타필드 하남,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의 진행 과정과 소회를 밝히고 있다. 국내 초고층빌딩 건설 전문가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자부심과 완벽을 향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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