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은 프로젝트 성공의 전략이다
해외 선진 CM 회사와의 차이점
해외 선진기업과 한국 건설의 경쟁력을 비교할 때 설계·엔지니어링과 프로젝트관리(PM) 역량의 부족은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기업으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글로벌 CM 회사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내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회사가 가진 CM 서비스 인프라를 벤치마킹하고 뒤쫓아 가야 할 국내 회사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인프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이에 대한 국내 CM 회사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유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서비스 인프라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글로버 CM 회사들에게 있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기어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선지 기업일수록 CM이나 PM 등 건설 시장에서 순수하게 컨설팅 업무만 전담하는 경우는 드물며, 설계·엔지니어링, 시공을 모두 포함한 생산 기능과 관련 전문지식 및 경험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신시장 개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면서 건설사업의 각 단계별 전문분야에 걸쳐 상당한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한마디로 순수한 CM 용역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설계·엔지니어링 중심의 회사인지, 혹은 시공 중심의 회사인지에 따라 CM과 PM부문의 매출비중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소위 말하는 일괄서비스 혹은 포괄적 서비스(total service provider)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에서 선진기업이나 선진 국가와 경쟁력을 벤치마킹 하면서 간과해오던 부분이 있다. 바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술과 경영 인프라 등의 ‘서비스 인프라’다. 기술과 경영 인프라는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일종의 ‘그림자(shadow)’다. 국내에서는 보이는 부문, 즉 매출액이나 수주액, 보유인력, 기업과 개인의 역량만을 중시하지만, 이 ‘보이는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 기술과 경영 인프라가 좌우한다. 인프라 차이가 곧 공급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한다면 결코 간과할 수는 없는 부분임에도 국내 공급자들은 글로벌 공급자의 서비스 인프라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파악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자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은 매출액이나 수주액이 아니다. 수익성이 있거나 위험부담이 높은 사업을 선별하여 스스로 참석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공급자가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다. 또한 매출액 중 해외 비중도 일정 분율 유지하는 게 보편적이다. 상당수 수준 높은 글로벌 CM 회사들의 수명이 50년 이상을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기업 생존과 성장을 지지하는 버팀목 혹은 중추(back bone)로서 기술과 경영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갖추어 왔기 때문이다.
CM 서비스 역량으로서의 서비스 인프라
글로벌 CM 회사의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서비스 인프라는 설계·엔지니어링 및 시공 등의 ‘기술부문’,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프로젝트관리 부문’, 기업 경영과 인력과 자금을 총괄하는 ‘영업부문’, 그리고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지식부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CM 서비스의 수준과 역량은 바로 각 부문별 서비스 인프라의 체계와 운영방법 그리고 전문인력에 따라 좌우된다.
• 기술부문의 서비스 인프라
먼저 설계·엔지니어링 및 시공 등, 기술부문에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에서는 전문가(specialist)그룹과 기술(technology)기획, 그리고 프로세스 지원 시스템이 중심이 된다. 글로벌 회사의 경우 보유 인력의 5~10%를 전문가 그룹으로 본사에 배치하고 이 그룹은 개별 사업과 무관하게 본사에서 일종의 풀(Pool)을 갖추어 운영된다. 기술기획과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시스템에는 사업절차서와 기술 부서별 절차서, 그리고 핵심기술에 대해 정립된 표본 수행 교본 등이 있으며, 보유 인력의 질적인 역량 향상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에 관한 한 자체 교육과목이 작게는 수천 개에서 수 만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또 이들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얻은 교훈과 실패, 그리고 특별한 경험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개별 프로젝트에서 참고가 가능하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일종의 네비게이터 역할을 위한 기반이라 볼 수 있다. 국내 CM 회사들의 경우, 개인의 경험이 본부로 피드백 되어 지식화 되고 공유되는 시스템이 대부분 회사 혹은 본부 차원보다 부서나 팀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지식의 축적이 시스템적으로 의무화되어 있기보다 개인의 역량과 행동양식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프로젝트관리 부문의 서비스 인프라
글로벌 CM 서비스 공급자들이 세계 사업관리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유지하는 또 다른 비결은 각 사업에서 활용 가능한 프로젝트 관리체계(PMS)와 전문가 집단의 확보이다. 본사에 있는 PMS는 개별 사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공정관리 분야를 살펴보면 공정관리를 위한 표준 체계는 물론 사업 군별 표준화된 공정표를 보유하고 있는 식이다. 사업 환경과 고객 요구에 따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체계로 사업기획단계에서부터 준공 시 까지 활용된다.
이는 글로벌 회사들이 개별 프로젝트마다 사업관리시스템 구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국내 회사의 경우 토목과 건축, 플랜트본부별 별도의 사업관리체계나 공정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본부의 공정관리부서는 플랫폼이나 전문가 집단 기반의 지원이 아닌 단순한 인력 지원이나 현황 분석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내부시스템과 전문가집단에 대한 신뢰도 및 활용도가 글로벌 회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 영업부문의 서비스 인프라
기업의 경영과 전략을 총괄하고 운영 자금은 물론 사업금융을 관리하는 경영지원 인프라의 수준도 막강하다. 최고책임자의 경영전략이나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업을 지원해주는 경영위원회의 파워는 글로벌회사의 수주나 사업개발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금융과 사업금융 전문가 집단, 그리고 시장 및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전문가 집단 등도 상당한 수준이다.
전문가 집단의 인력은 개별 사업단위로 할당하기보다 회사 차원에서 전문인력 Pool을 갖추어 활용하고 외부 전문가집단과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 회사들의 경우, 집단보다는 소수의 개인 전문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경영의 자율성은 최고책임자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어 과감한 도전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기술보다 재무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 상시 발생하는 위기 대응과 신시장, 신사업 도전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 지식부문의 서비스 인프라
국가나 산업에서 다양한 두뇌집단과 전 세계에서 수집된 정보를 가공하여 활용 가능한 형태로 상품화시키는 지식 인프라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상품의 동향이나 도전 가능한 시장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광범위하게 구축되어 있다. 글로벌 회사는 수집되거나 구매한 정보를 자체에서 분석 할 수 있는 연구 및 분석 집단이 있는 반면 국내 회사의 경우 지불한 정보를 해석하는 역할을 외부 컨설팅기관에 다시 의뢰하는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는 점은 돈과 시간 측면에서 불리하다.
한국건설은 성장 과정에서 ‘복제와 모방’에 익숙해 있었지만, 이제 선진기업 추종자로서 이룰 수 있는 수준은 한계에 다다랐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이러한 인식을 하고 있었지만 대응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세계시장에서 요행은 없다. 철저한 준비와 실천이 있을 뿐이다. 한국건설은 추종자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을 보는 눈과 보이는 것을 해석하는 지식과 지혜,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CM 서비스 인프라는 정부는 물론 기업차원에서 조차 아직 구축이나 개발해 본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경험이나 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 할 수는 있는 선택 사항도 아니다. 생존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역량을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글로벌 CM 회사의 서비스 역량 강화 사례
세계 건설시장에서 CM서비스 공급 역량이 뛰어나 기업들의 경우,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켜 가는 전략은 무엇일까. 앞서 서비스 인프라에서도 살펴봤듯이 각 기업마다 출발점은 다르더라도 여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국내 CM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한 이들 기업과 경쟁하거나 혹은 협력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그들의 역량강화 전략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벤치마킹 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