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네비게이터 성공적인 건축을 위한 CM 활용법
건축사업의 모든 단계가 중요하지만 앞 단계는 뒷 단계 보다 항상 더 중요하다.
건축사업은 주문제작과정이며 리스크와 변경이 많기 때문에 최저가(最低價)에 현혹(眩惑)되지 말아야 한다. 성공적인 건축사업의 원리와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의 원리는 동일하다. 미리 경험한 건축주들의 ‘사고다발구간’을 기억(記憶)하고 선제적(先制的)으로 대응(對應)하자.
건축사업의 구성
건축사업의 범위와 단계
건축 프로젝트(Project) 또는 건축사업의 단계는 크게 시공이전단계(전반전)와 시공단계(후반전)로 나누어진다. 시공이전단계는 다시 기획ㆍ계획단계, 타당성분석단계, 설계단계, 입찰계약단계로 세분화될 수 있으니, 결국 건축사업은 기획ㆍ계획단계, 타당성분석단계, 설계단계, 입찰계약단계로 세분화될 수 있으니, 결국 건축사업은 기획ㆍ계획단계, 타당성분석단계, 설계단계, 입찰계약단계, 시공단계 등 5단계(五段階)로 구분될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시공단계 이전에 더 많은 단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이 완성되기 까지는 시공단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건축사업의 큰 틀을 짜고(기획ㆍ계획단계), 간을 보고(타당성분석단계), 그리고(설계단계), 뽑고(입찰계약단계), 짓는(시공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건축사업은 전반전 4개 단계, 후반전 1개 단계 등 총 5개 단계를 범위로 하고 있다.
∙기획ㆍ계획단계 : 건축사업의 큰 틀(사업계획)을 짜는 단계이다. 건축사업의 위치(부지), 규모, 건물의 용도 및 콘텐츠(Contents), 품질 수준, 사업예산, 사업기간 등 건축사업의 굵질굵직한 사안들이 결정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건축주의 의사결정이 건축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타당성분석단계 : 기획·계획단계서 만들어진 사업계획의 ‘간을 보는’ 즉, 타당성을 점검하는 단계이다. 만일 사업계획이 타당하면 설계단계로 진행(Go), 무리가 있으면 중단(Spop), 타당성 분석 결과에 따라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면 기획·계획을 수정(Go Back)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진다. 실무에서는 기획·계획과 타당성분석이 흔히 맞물려 돌아가며, 사업계획과 타당성을 수차례 비교하여 그 결과를 수정·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단계 : 설계를 통해 지어질 건물을 그림(도면)과 글(시방서) 등으로 구체화시키는 단계이며, 후속단계인 입찰계약단계를 준비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주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설계협력사와 함께 설계를 진행하여 설계성과품을 만들어 낸다.
∙입찰계약단계 : 설계사에 의해 설계성과품이 완성되면 건축주는 이를 가지고 시공사를 선정하고 계약하는 일 즉, 발주업무를 진행한다. 시공사를 입찰에 참여시키는 방식, 평가하는 방식, 선정하는 방식은 다양하며 해당 사업의 특성과 건축주의 사업운영 전략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시공단계 : 착공으로 시작해서 준공으로 종료되는 단계이며 건물이 물리적으로 지어지는 단계이다. 종합건설사는 시공단계 전체를 관리하는 시공관리의 역할을 담당하고 물리적인 시공은 전문건설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건축주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나 ‘착시현상’을 피하기 위해서 건축사업과 건축공사를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현장 주변에 펜스를 두르고 땅을 파기 시작해야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건축주는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앞의 4개 단계들을 서두르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러나 시공은 본격적인 시작이 아니라 건축사업의 제일 마지막 단계이며, 앞의 4개 단계들이 부실하면 마지막 단계인 시공이나 건축사업 자체가 부실하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건물이 완공되기까지는 시공만이 아니라 5개 단계들을 순서대로 착실하게 거쳐야 한다는 시각에서 건축사업을 바라보고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관리자로서의 건축주의 역할이 시공단계에 국한되지 않고 건축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全)과정에서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올바른 인식을 가지게 된다.
설계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설계사의 주요 역할은 글자 그대로 ‘설계’를 하는 것이며 그 결과물로 설계성과품이 생산된다. 이때 설계란 흔히 알고 있듯이 도면을 그리는 작업만이 아니라, 건축사업과 관련된 각종 보고서와 기술 기준(시방서) 등을 작성하는 업무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설계의 결과물인 설계성과품은 건축사업의 진행단계에 따라 다양하며 기획ㆍ계획보고서, 타당성분석보고서, 도면, 시방서,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설계는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설계는 건축주가 설계사에 의뢰하는 것이지만 실제 사용자는 건축주라기보다는 시공사이다.
설계는 건축주가 기대하며 머릿속에 상상하고 있는 건물을 시공사에게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함이다. 결국 설계란 건축주와 시공사간의 소통의 도구를 만드는 과정이다. 시공사가 건축주 머릿속에 있는 건물을 볼 수 없고, 볼 수 없으면 지을 수가 없기에 그것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설계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건축주와 설계사간의 소통이 먼저 일어난다. 건축주는 자신이 원하는 건물의 형태, 이미지, 사용 목적, 공간, 필요 기능, 품질 수준 등을 일반적인 언어로 설계사에게 설명한다. 설계사는 이를 건축 언어로 ‘번역’하여 설계성과품을 만들어 낸다. 즉, 건축주의 머릿속에 있는 건물을 도면과 시방서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설계사의 역할이다.
건축사업에서 대표 설계사는 건축사사무소이다. 건축주와 직접 대면하며 설계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이다. 그러나 건축사무소가 건축사업에 참여하는 유일한 설계사는 아니다. 대부분의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설계만을 담당하고 구조, 기계, 전기, 통신, 특수 분야(조경, 조명, 음향, 친환경 등)의 설계는 외주(Outsourcing)를 주고 이들 설계협력사들과 협업하여 설계를 완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최종적인 설계성과품을 완성하여 건축주에게 납품하는 것은 대표 설계사인 건축사사무소의 역할이다. 따라서 설계사 선정시 건축주가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설계사는 건축사사무소이다.
시공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실무에서 시공사(施工社)를 지칭하는 유사 용어에는 시공사, 건설사, 건설기업 등이 있다. 시공사의 주요 역할은 글자 그대로 ‘시공’을 하는 것이며 그 결과물로 건물이 ‘생산’된다. 이때 시공은 설계단계에서 설계사가 만든 설계성과물을 가지고 이루어진다.
시공사(건설사)에는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소규모 공사인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건축주는 종합건설사를 고용(선정)하고, 종합건설사는 전문건설사를 고용하는 형태로 공사가 진행된다. 즉, 건축주와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는 시공사는 대부분 종합건설사이다. 따라서 시공사 선정 시 건축주가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공사도 종합건설사이다.
종합건설사의 주요 역할은 시공단계에서 시공을 관리하는 것이며 이를 시공관리라고 부른다. 흔히 우리는 시공사ㆍ건설사라고 하면 물리적인 시공을 직접 수행하는 주체로 생각하지만 실무적으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내 대형건설사인 S사가 R브랜드의 아파트를 지을 때 S사가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된다. 땅을 파고, 철근을 매거나 콘크리트를 치며, 마감재를 붙이는 등 물리적인 시공은 전문건설사의 역할이다. 이 역시 한 개 전문건설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건설사가 일(공종)을 나누어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종합건설사의 역할은 시공관리, 전문건설사의 역할은 물리적인 시공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종합건설사의 주요 역할은 물리적인 직접 시공보다는 시공관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건축주는 언제 종합건설사를 선정하는가? 설계단계와 시공단계 사이에 선정하며 이 단계를 입찰계약단계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요약해서 설명하면 설계가 완성된 이후 입찰공고, 현장설명, 입찰, 입찰평가, 낙찰자 선정, 계약체결 등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을 거쳐 종합건설사가 선정되면, 종합건설사는 공사의 지행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문건설사를 선정하여 해당 공종을 시공하게 하며 이 과정에서 시공관리를 담당한다.
건축사업의 조직 체계
시공이전단계에서 건축주는 건축사사무소를 선정하고, 건축사사무소는 설계협력사를 선정하여 셀계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설계 종료 후, 건축주는 설계성과품을 가지고 종합건설사를 선정하고, 종합건설사는 전문건설사를 선정하여 시공을 진행하게 되는 구도이다.
이를 계약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공이전단계에서는 건축주-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설계협력사라는 계약관계를 통해 설계가 진행되며, 시공단계에서는 건축주-종합건설사, 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라는 계약관계를 통해 시공이 진행된다.
이를 건축사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건축주는 건축사사무소 및 종합건설사를 선정하고 이들의 업무를 관리하는데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건축주의 관심과 관리가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건축주는 또한 건축사사무소가 능력 있는 설계 협력사를 고용하여 설계를 잘 진행하고 있는지, 종합건설사가 능력 있는 전문건설사를 고용하여 시공을 잘 진행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건축사사무소나 종합건설사뿐만 아니라 설계협력사와 전문건설사의 능력과 역할이 설계와 시공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사업의 주요 특징
건축사업은 주문제작
건축사업의 최종 결과물은 건물이다. 따라서 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일종의 ‘구매활동’이다. 그러나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과 같은 제조상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구매활동이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이나 자동차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즉 완제품을 구매하지만 건축사업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건물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부동산 거래이지 건축사업은 아니다.
건축사업은 건축주 마음속에 있는 건물, 아직 실체가 없는 건물이 설계와 시공이라는 과정을 통해 주문제작 되어가는 과정이다. 완제품의 구매와 주문제작을 통한 구매라는 차이로 인해 건축사업에서는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구매자가 제작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휴대폰을 구매할 때 자신이 원하는 휴대폰의 외관이나 기능 등을 결정(디자인) 한 후, 제조사를 선정하여 제작을 의뢰하고, 그것이 생산되는 과정을 지켜본 다음에 완성되면 구매하지는 않으며, 다수의 제조사가 생산한 모델을 비교하여 그 중에서 고르면 된다.
반면 건축사업은 반드시 구매자(건축주)가 개입해야 한다. 설계사와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고, 설계성과품과 시공성과품(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일이 지켜보며, 자신이 주문한 설계와 건물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관리자로서의 건축주의 역할과 역량을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문제작을 하는 것이니 제조사(설계사 및 건설사)와 제조과정(설계 및 시공)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주문제작품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건축주는 정보 부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각각 만여 개가 넘는 건축사사무소와 종합건설사가 활동하고 있다. 선택이 폭이 너무 넓은 것이다. 그러나 고객(건축주)을 대하는 태도, 경험과 실적, 역량 등에 편차가 크다. 만여 개가 넘으니 이런 편차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둘째, 품질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완제품의 품질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그 모델의 품질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모양, 기능, 성능 등이 이미 다 정해져있어서, 완제품의 품질수준을 사정에 확인한 후 구매를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건축사업은 품질수준을 사전에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만일 이미 완성되어 있는 건물을 구매하는 부동산 거래라면 품질수준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문제작이라는 건축사업의 특성상 건물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품질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건물이 일단 완공되고 나면 건축주가 기대한 품질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이를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다. ‘작게는’ 수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건물을 휴대폰처럼 그리 쉽게 교환하거나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건물의 품질수준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고, 확인할 수 있더라도 그 시점이 너무 늦은 타이밍이라면 건축주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제조사(설계사와 시공사)의 품질을 우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좋은 품질의 설계사와 시공사를 선정하고 그 다음 설계와 시공의 과정 즉, 프로세스(Process)를 관리해야 한다. 건축사업 시행의 핵심은 완제품 관리가 아니라 프로세스 관리이다.
셋째,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다. 제조상품은 구매가격을 판단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몇 군데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특정 모델이나 상품의 가격을 구매자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품질과 조건의 상품이라면 최저가(最低價)로 구매하는 것이 최선의 구매(Best Buying)이다. 동일한 것을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은 지혜로운 구매가 아니다. 이때 중요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동일하다”는 전제조건이다.
반면 건축사업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벽지 하나만 놓고 보아도 어떤 벽지를 사용하는 가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하물며 건축사업 전체에 투입되는 비용은 사업에 따라 얼마나 다르겠는가?
예를 들어 A호텔은 평당 500만원에 지었고, B호텔은 평당 700만원에 지었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호텔의 건축주가 더 싼 가격을 지불한 것인가? 만일 A호텔과 B호텔이 완벽하게 동일한 조건의 호텔이라고 가정한다면 B호텔의 건축주는 바가지를 쓴 것이다.
그러나 건축사업에서는 이 가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두 호텔의 위치, 등급, 마감수준, 사업시점, 시장상황 등을 꼼꼼하게 따져 완벽하게 동등한 조건으로 비교하기 전에는 누가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지불했는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동일하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가격이 비싸다, 싸다라는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뿐더러 그 결과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건축주가 최저가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이유이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별도로 논의하자.
건축사업에는 리스크가 많고 크다
건축사업에는 많은 리스크(Risks)가 내재(內在)되어 있으며, 그 크기도 상당하다. 이 리스크에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설계사, 시공사 등 모든 참여주체가 노출되어 있다. 건축사업이 골치(頭) 아픈 이유도, 분쟁(紛爭)이 발생(發生)하는 이유(理由)도 따지고 보면 다 리스크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축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은 리스크에 대한 끊임없는 대응과정(對應過程)이다.
건축사업의 대표적인 리스크 예시와 건축주에게 주는 시사점을 짚어보자.
•건축사업은 비싼 ‘물건’이기 때문에 이에 비례해서 리스크도 크다.
•건축사업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제작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주의 경험과 수준, 설계 및 시공의 과정, 설계사 및 시공사의 태도, 경험, 역량 등에 따라 설계와 건물의 품질이 크게 좌우된다.
•건축사업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수준을 사전에 판단하기 쉽지 않고 이 때문에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건축사업에서는 관리, 설계, 시공 등의 역할과 기능을 한 주체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부실하면 건축사업 전체가 부실하게 된다.
•건축사업은 기획ㆍ계획단계, 타당성분석단계, 설계단계, 입찰계약단계, 시공단계 등 다단계를 거치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리스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고 이들 단계 중 한 단계라도 부실하면 건축사업 전체가 부실하게 된다.
•건축사업에서는 건축주, 건축사사무소, 다수의 설계협력사, 종합건설사, 다수의 전문건설사 등 많은 주체가 참여해서 분업(分業)을 한다. 따라서 이들 주체간의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팀워크가 좋은 것은 아니며,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건축주와 건물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건축사업은 관련법과 제도, 인허가권자, 민원인, 자재ㆍ장비ㆍ노무의 수급상황, 경제 상황 등 외부적인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건축공사는 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계절, 날씨, 천재지변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위에 언급된 리스크들은 일부 예시에 불과하며 이외에도 건축사업에는 크고 작은 리스크가 무수히 존재한다. 건축사업의 시행이 리스크의 대응과정이라고 정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건축사업에서 건축주가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결국 리스크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건축사업에 리스크가 크고 많다는 것을 건축주 시각에서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사업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지금 건축사업의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건축주라면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곧 치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사전에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하고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면 도움의 손길을 활용하면 된다.
건축사업의 리스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대응하는 방법 즉 건축주가 건축사업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
건축사업에는 변경이 많다
건축사업에는 변경이 많다. 변경이 없는 건축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건축사업이 주문제작의 과정을 거치며 그 과정 속에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문제작을 위해서는 우선 건축주가 자신이 주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주문이 명확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 건축사업의 초기단계에서는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건물에 대해 막연한 구상만 가지고 있지 어떤 콘텐츠를 가진 건물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는 시기가 기획ㆍ계획단계이며 이 단계를 거치면서 건축주 요구사항이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건축주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확정하는 것이 의외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원하는 건물과 콘텐츠에 대한 건축주의 마음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며, 이러한 변경은 건축사업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게 된다. 건축주의 마음이 바뀌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애초부터 자신이 원하는 건물의 콘텐츠가 무엇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경우,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필요한 건물의 공간이나 기능 등이 나중에 생각난 경우, 처음 생각과는 다른 외관, 공간, 마감재 등을 원하는 경우, 입주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하는 경우 등 일일이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만일 개인(Single-Head) 건축주라면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것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자기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체(Multi-Heads) 건축주의 경우는 이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하다. 다양한 내부 고객(Internal Stakeholders)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사항도 조정하고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의 요구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설계나 시공이 진행되다가 미흡한 부분이나 문제가 발생하여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종의 내부 리스크인 것이다.
변경은 또한 건축주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외부적 리스크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법적인 기준이 변경 또는 강화되거나,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과 같은 주변 민원이 발생하거나, 경제 상황이 달라지는 등 건축주가 통제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경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고, 건축주의 마음이 바뀌거나, 내부ㆍ외부 리스크 때문에 건축사업에서는 수많은 변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변경이 추가 비용이나 공기 연장 등 건축주의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시공단계의 변경은 그 임팩트(Impact)가 더욱 크며 이에 관한 논의는 잠시 변경비용의 관점에서 하도록 하자.
불편한 진실을 한 가지 언급하자면 시공단계의 변경(變更)은 시공사에게는 호재(好材)이다. 공사비(工事費)를 증액(增額)할 수 있는 좋은 기회(機會)이기 때문이다.
건축주와 도급계약이 이루어지면 공사 초기단계부터 시공사는 설계변경거리를 찾기 시작한다. 최저가로 수주한 경우라면 더 열심히 설계변경거리를 찾는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도급계약서에 “어떠한 경우라도 설계변경에 따른 증액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넣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수용하는 시공사를 찾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설사 이 조항을 수용하고 입찰에 응하더라도 입찰금액이 엄청나게 뛰어 오를 것이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어떤 변경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큰 리스크로 인지하고 많은 리스크 비용(Risk Costs)을 입찰가에 반영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건축사업은 필연적으로 변경을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경 제로(Zero)전략이 성립될 수 없다. 건축주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변경과 변경영향 최소화(Minimization)전략이며, 건축사업비 예산에 예비비(Contingency)를 반영하여, 건축주 요구사항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것이 설계에 정확하게 반영 또는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물론 시공단계에서 변경을 대응하는(Reactive)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전략은 변경을 선제적으로(Proactive) 대응하는 것이다.
앞 단계는 뒷 단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건축사업에서 앞 단계는 뒷 단계보다 훨신 더 중요하다. 원가 준수ㆍ절감, 공기준수ㆍ단축, 품질 확보, 건축사업의 성패 등 모든 측면에서 앞 단계가 뒷 단계를 지배(支配)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앞 단계는 계획(計劃)이고, 뒷 단계는 실행(實行)에 해당되니 계획이 부실하면 실행이 부실해진다는 원리이다.
동일한 원리에서 전반전(시공이전단계)이 후반전(시공단계)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전반전을 기획ㆍ계획단계, 타당성분석단계, 설계단계, 입찰계약단계로 세분했을 때에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원리를 일상생활에서 한번 찾아보자. 단추가 많은 셔츠를 입을 때 첫 단추를 잘못 깨우면 뒷단추들을 아무리 제대로 끼워도 셔츠를 바르게 입을 수 없다.
운전을 할 때 잘못된 고속도로를 타게 되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농사를 지을 때 부실한 씨앗을 뿌리면 아무리 정성을 쏟아 재배해도 부실한 열매를 피할 수 없다. 앞이 뒤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건축사업에서 이를 품질사슬(Quality Chai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보자. 품질사슬이란 앞(前)에서 벌어지는 일의 품질이 뒤(後)에서 벌어지는 일의 품질을 결정(品質決定)한다는 개념이다.
•시공사를 잘못 뽑으면 즉, 시공사의 품질이 부실하면 양질의 시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시공단계보다는 입찰단계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시공사를 뽑았어도 설계가 부실하고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건물 역시 부실하게 된다. 입찰계약단계 보다는 설계단계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설계가 근사하게 되어도 정해진 예산으로 지을 수 없는 건물이나 지은 후에 임대나 분양이 잘 되지 않는 콘텐츠를 가진 건물이라면, 즉 타당성이 부족하고, 애초부터 타당성이 부족한 건물로 기획ㆍ계획되었다면 양질의 설계도 무용지물이다. 설계단계보다는 타당성단계와 기획ㆍ계획단계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품질사슬의 원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제조상품의 생산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이며 건축사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비용 파레토 법칙이 성립된다
20:80의 법칙 또는 파레토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소수(小數, 20%)가 다수(多數, 80%)를 지배(支配)한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건축사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파레토법칙에 준해서 해석하면, 전반전에 투입되는 비용은 ‘소수’이지만 후반전에 투입되는 ‘다수’의 비용을 결정한다고 정리(定理)된다.
비용 투입의 관점에서 보면 전반적 비용:후반전 비용의 비율이 20:80과 닮았다. 시공단계에 투입되는 비용이 시공이전단계에 비해 훨씬 더 크다. 이 때문에 많은 건축주들이 시공단계와 이때 투입되는 공사비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이 비율을 비용 영향도(Cost Impact)라는 개념으로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비용 영향도란 앞에 투입되는 비용은 적지만, 뒤에 투입되는 비용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개념이며 바로 비용 파레토 법칙(Pareto’s law)이다.
건축사업에서 원가절감을 하는 최고의 방법에 관한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고의 원가절감 방법은 필요 없는 건물은 아예 짓지 않는 것이다. 이 보다 더 큰 원가절감은 없다.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릴 얘기가 아니다.
임대ㆍ분양 측면에서 타당성이 별로 없는 건물을 지어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만일 처음부터 짓지 않았다면 그런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적인 손해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회비용의 손실도 문제이다.
건물을 지을지 말지의 의사결정은 언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기획ㆍ계획단계나 타당성분석단계에서 하는 것이 가장 싸게 먹힌다. 설계나 시공이 진행되어 버리면 이미 투입된 비용은 매몰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기획ㆍ계획, 설계, 시공 등 세 단계에서 비교해보자. 기획ㆍ계획은 건축사업의 큰 틀을 짜는 것이고, 설계는 이를 구체화 시키는 것이며, 시공은 짓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다.
•기획ㆍ계획단계 : 건축 규모(연면적, 층수)는 어느 정도로 할까?
•설계단계 : 바닥마감은 카펫으로 할까, 대리석으로 할까?
•시공단계 : 고층작업을 위해 타워크레인을 1대 사용할까, 2대 사용할까?
위 세 가지 의사결정 사항 중 어느 것이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짐작되는가? 당연히 가장 굵직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기획ㆍ계획단계이다. 앞 단계를 소홀히 하면 뒷 단계에서 더 큰 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비용 파레토 법칙이 주는 메시지이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앞 단계에 더 많은 비용(예산, 노력, 시간 등)을 들일수록 뒷 단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며, 원가절감의 기회와 가능성은 시공단계가 아닌 그 이전단계에서 더 높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변경비용은 뒤로 갈수록 커진다
이번에는 변경비용(Change Cost)이라는 개념에서 왜 앞 단계가 더 중요한지 논의해 보자. 변경비용이란 건축사업을 진행하다가 변경이 발생했을 때 이 변경을 처리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건축사업에는 많은 변경이 존재한다고 이미 설명했으니 변경비용의 관점에서 건축사업을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변경비용(變更費用)은 뒤(後)로 갈수록 더 커진(增大)다. 이번에 호텔신축 사업을 예시해보자. 아래 각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변경이 발생하였다.
•기획ㆍ계획단계 : 기획ㆍ계획 과정에서 한 가지 안이 결정되었는데 한 달쯤 지나서 건축주의 마음이 바뀌었다.
•설계단계 : 지금 설계가 한창 진행 중인데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바뀌었다.
•시공단계 : 지금 한창 시공 중인데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바뀌어 설계(設計)가 변경(變更)되었다.
어느 경우에 변경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겠는가?
기획ㆍ계획단계의 변경이라면 서류 몇 장 바꾸는 수고 정도면 될 것이다. 그런데 설계단계의 변경이라면 기존에 완성된 설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기하고 재설계를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평면을 조금만 바꾸거나 틀어도 공간계획 전체를 다시 해야 하거나 입면과 단면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시공단계에서 발생하는 변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만일 이미 시공된 부분을 철거하고 재시공해야 하거나, 이미 주문한 외국산 자재가 배를 타고 오고 있거나, 일부 자재가 이미 현장에 반입되었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은 만만치 않다.
또한 시공사에게 설계변경은 공사비를 증액 요구할 수 있는 호재(好材)이다. 변경된 부분에 대해 시공사와 추가공사비(追加工事費)를 협상하는 것이 건축주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도급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건축주가 가졌던 협상력이 이미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그리 고분고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변경비용의 개념이 건축주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변경거리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기획ㆍ계획과 설계를 완벽(完璧)하게 하라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불가능(不可能)하다. 따라서 변경을 할 거라면 뒷 단계보다는 앞 단계(前段階)에서 변경을 하는 게 더 싸게(小) 먹히며 변경을 최소화(最小化)하고 변경과정(變更過程)을 꼼꼼하게 관리(管理)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메시지이다.
앞에서 건축주를 전반전의 주도자라고 표현하며 건축사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주체라고 강조한바 있다. 이를 품질사슬, 비용 파레토 법칙, 변경비용 등과 연계시켜 보면 이를 강조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반전을 제대로 운영하는 건축주의 역할과 역량이 더욱 더 중요(重要)한 것이다.
비싼 설계가 존재한다
건축사업에는 비싼 설계가 존재한다. 비싼 설계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시공을 하게 만드는, 높은 공사비를 초래하는 설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설계에는 모든 것이 내재(Built-in)되어 있다”라는 명제를 먼저 풀어보자.
우선 설계에는 품질(Quality)이 내재되어 있다. 건물의 품질이 시공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시공은 이미 정해진 품질(수준)을 구현하는 것이다. 물론 시공단계의 품질관리도 중요하지만, 건물의 품질(수준)은 이미 설계단계에서 다 결정된다. 3성 호텔을 설계했다면 시공을 아무리 잘해도 3성 이상의 호텔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시공은 설계에서 정한 품질(수준)을 절대로 넘어서지 않는다.
설계에는 공기(工期, Time)가 내재(內在)되어 있다. 설계대로 하자면 시공이 어렵거나 까다롭기 때문에 또는 지정한 자재(資材)를 조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공사기간이 오래 걸리는 설계가 있다.
설계에는 공사비(工事費, Cost)고 내재(內在)되어 있다. 건물의 규모와 형태(形態), 사용 자재의 등급(等級), 지상층과 지하층의 비율 등을 설계에서 어떻게 결정했는가에 따라 공사비는 크게 좌우(左右)된다. 물론 설계에 내재된 품질과 공기도 결국에는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설계 의사결정은 곧 공사비 의사결정과 동의어이다. 공사비 관리는 시공단계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단계에서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설계가 공사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면 설계와 공사비 관계를 상호 점검(Cross Check)하면서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다. 즉, 설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그 시점까지 완성된 설계를 기준으로 얼마나 공사비가 소요될지를 점검하고 이를 건축주 예산과 비교(豫算比較)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必要)하다는 것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Design to Cost(DTC)라고 부른다.
이러한 중간 점검과정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자동차 경주에 비교해보자. 자동차 경주는 분초를 다투는 경쟁이다.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도 중간 중간 정비포인트에 들러 자동차를 점검하고 다시 경주에 참여한다. 그 아까운 시간에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만일 자동차를 중간 중간에 점검하지 않고 질주하다가 자동차나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면 늦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중간에 경주를 중단하거나 운전자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設計)와 공사비(工事費)를 상호 점검(相互點檢)하는 것, DTC도 같은 원리이다. 설계가 어느 정도 수준의 공사비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중간점검 없이 ‘질주’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계가 다 끝난 다음에서야 정해진 예산으로는 공사를 할 수 없는 비싼 설계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설계와 공사비가 매스매칭(Mismatching)된 결과이며 실무에서 흔히 발생(發生)하는 상황이다.
설계와 공사비의 미스매칭이 발행하는 주요 원인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건축주가 설계사에게 DTC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둘째 국내 설계사들 중에서 DTC 경험과 역량을 가진 설계사는 극히 일부이며,
셋째 설계사는 원가보다는 품질에 치중된 설계를 하게 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공사비는 설계사가 책임지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계와 공사비의 미스매칭은 건축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일 공사비가 많이 들더라도 완성된 설계가 건축주 마음에 들고 반드시 이대로 시공을 해야 한다면 건축주는 예산을 증액(豫算增額)해야 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사전에 수립된 예산에 따라 이미 자금운영계획을 수립해 두었는데 이를 변경해야 한다.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들과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만일 증액된 예산으로 타당성분석을 다시해보니 애초부터 이 예산으로는 타당성이 성립되지 않는 사업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대형사고’이다.
만일 건축자가 예산을 증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규모나 품질 수준을 낮추어 재설계(再說計)를 해야만 한다.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사업기간(事業期間)을 연장(延長)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설계와 공사비의 미스매칭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축주를 힘들게 만든다. 따라서 건축주는 비싼 설계를 막아야 하고 막을 수 있다. 설계사에게 DTC를 요구하거나 설계사가 이를 실행할 능력이 없으면 전문 기업(예: CM사)을 통해 이를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DTC를 통해 중간점건 포인트가 없는 비싼 설계로의 질주를 막는 목적은 단순하지만 중요하다. 건축주가 이미 수립한 예산계획을 방어하기 위함이다.
DTC에 대한 흔한 오해가 한 가지 있다. “결국 설계를 공사비에 때려 맞추라는 얘기 아니냐?”라며 거부감을 느끼는 설계사도 있을 수 있다. 좋은 건물은 공사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항변 할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공사비는 건축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주는 설계가 어느 정도 수준의 공사비를 유발시키는지 알 권리가 있고, 그것도 미리 알아야 덜 당황하고 필요한 조치를 시의 적절하게 할 수 있다. 만일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는 설계라도 기꺼이 건축주가 수용하겠다면 그건 건축주의 선택이다. 이 경우라도 건축주는 그것을 미리 알아야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DTC는 공사비로 설계를 구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설계(設計)와 공사비(工事費)의 관계(關係)를 규명(糾明)함으로서 건축주로 하여금 적기(適期)에 균형(均衡) 잡힌 의사결정(意思決定)을 할 수 있는 기회(機會)를 제공(提供)하는 것이다.
최저가 착시현상이 존재한다
건축사업에는 최저가 착시현상이 존재한다. 싸게 보이는 것이 반드시 진짜로 싼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최저가 시공사를 선정하고 도급계약을 맺었는데 시공이 끝난 이후,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고, 최종정산을 해보니 바로 그 금액으로 준공되었다면 최저가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건축사업에서 ‘도급금액 = 최종정산금액’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축주가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공사 규모를 축소하거나, 품질 수준을 낮춘 경우가 아니라면 ‘도급금액 < 최종정산금액’이 되는 것이 오히려 더 흔한 결과이다. 이는 건축사업에 존재(存在)하고 있는 리스크와 변경(變更)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가를 의미 있게 판단하려면 입찰금액이 아닌 최종정산금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정산금액은 공사가 다 끝나봐야 알기 때문에, 시공사 다수를 놓고 고르는 입찰시점에서는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건축주들은 일단 먼저 눈에 보이는 입찰가를 기준으로 최저가를 판단하게 된다.
건축주가 최저가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를 시공사 선정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는 품질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무엇인가를 구매 할 때 품질과 가격을 함께 고려하여 그 상호간의 균형(Balance)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점심식사 메뉴를 고르든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구매하든 반드시 제일 싼 것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품질과 가격의 관계(Trade-off) 속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
이때 가격을 상대적으로 판단하기 쉬운 부분이다. 높다, 낮다의 절대적인 척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품질의 경우는 다르다. 그 특성상 정성적이며, 개인의 취향이나 기대수준에 따라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도 완제품을 앞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면 품질에 대한 판단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그러나 건축사업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제작을 통해 완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전에 품질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완공되기 이전 까지는 건물의 품질을 판단할 수 없으니 시공사의 품질(태도, 실적, 역량, 재정상태 등)을 판단하고 일을 맡겨야 한다.
여기에 건축주의 어려움이 있다. 시공사의 품질을 판단하는 일, 즉 어느 시공사가 좋은 시공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판단 시점 상의 어려움도 있다. 일을 시켜보고 나서야 시공사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알 수 있지만 이미 그전에 계약을 체결하고 일이 진행되어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의 품질 그 자체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의 관계(Trade-off)를 판단하기 어렵고 건축주는 결국 가격을 중요한 선정요인으로 채택하게 된다.
둘째, 투명성 때문이다.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가격이라는 것이 있는데, 설명하기도 입증하기도 어려운 시공사의 품질을 선정 이유로 설명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다.
셋째, 잘못된 공사비 벤치마킹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축사업의 초기단계에서 건축주는 예산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 저기 공사비를 알아본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건물의 콘텐츠가 명확하게 정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략적인 규모(연면적), 용도 등 아주 제한적인 사업 정보에 기초해 평당 공사비 형태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어떤 건물인지 명확하지 않는 상황에서 얻는 평당 공사비 정보는 정확할 수가 없다.
설사 정보를 구했더라도, 예를 들어, 단일 금액이 아닌 평당 300만원~500만원 등 금액 범위가 조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많은 건축주들에게는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다. 높은 가격 보다는 낮은 가격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적정한 예산을 사전에 확보하지 못하고 나중에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갑자기 증액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건축주가 최저가를 선택하게 되는 최저가는 분명 착시현상이다. 건축주들은 최저가 입찰금액, 그것이 나중에 도급계약서에 도급금액으로 명시되면 이를 최종금액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저가가 지닌 위험은 아주 명료하다. 종합건설사가 싼 가격으로 수주를 했으니 당연히 싼 가격으로 전문건설사를 선정할 것이다. 종합건설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전문건설사에게 후한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자재, 노무, 장비 등을 활용해서 물리적인 시공을 하는 주체는 전문건설사이다. 따라서 부실과 안전사고 등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저가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정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종합심사제 방식이다. 가격만이 아니라 실적, 역량, 경영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이를 기준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결국 가격과 시공사의 품질을 함께 고려해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다.
공공 건설공사의 경우, 오랜 기간 최저가 방식이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폐해가 지속됨에 따라 최근 최저가 방식을 종합심사제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사족을 달자면, 최저가 착시현상을 피하라는 것이 공사비를 많이 주면 반드시 좋은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가능성을 높일 뿐이지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은 다양한 측면에서 꼼꼼하게 짚어보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건축주는 바쁘다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자신 본연의 비즈니스 때문에 바쁘다. 전적으로 건축사업에 매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설계사와 시공사가 잘 알아서 일을 잘 마무리해 줄 것이라고 믿고 싶은 심리를 가지게 된다.
결국 건축주를 대신해서 건축사업을 전문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기업을 고용하였고 이 기업을 통해 건축주가 지닌 한계, 경험ㆍ지식의 부족과 바쁜 시간을 해결하였다.
성공적인 건축사업과 편안한 안전 운전
성공적인 건축사업의 원리와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의 원리가 동일하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건축사업의 ‘안전 운전 수칙’ 10계명을 만들어 보았다.
1. 출발전 자동차 점검하기 : 건축사업 시행 전 건축주 자신을 점검하라
건축사업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적정한 예산은 확보되었는지, 타당성은 있는지, 건축사업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나 조직을 건축주가 확보하고 있는지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중간에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2. 목적지를 확인하고 출발하기 : 건축사업의 목표와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시행하라
건축사업도 시행 목적과 비용, 품질, 사업기간 등의 사업 목표를 미리 잘 정해두고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사업 목적이 바뀌거나 사업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판명되면 당황하거나 비용 즐가, 품질 확보 실패, 사업기간 연장 등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3. 방어운전 하기 : 방어적 사업관리를 시행하라
건축주가 아무리 조심해도 건축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설계사, 시공사, 인허가권자, 민원인 등)의 비협조, 역량 부족, 실수 등으로 인해 건축사업이 어긋나기도 한다. 좋은 설계사와 시공사를 선정하고 인허가권자 및 민원인 등과 원활한 협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건축사업의 방어운전이다.
4. 한 눈 팔지 않기 : 건축사업의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라
건축사업의 관리자로서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되며 전방주시도 해야 한다. 건축주는 설계사와 시공사에게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해야 하며, 가능하면 자주 본인이 직접 그 상황을 눈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또한 현 진행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사항(전방)에 대해서 미리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야 한다.
5. 운전대 놓지 않기 : 건축사업의 주도자가 되어라
운전 중에 특히 고속 주행 시 손을 운전대에서 데는 것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있다. 운전대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통제하는 수단이며, 운전대를 잡는 것은 운전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건축주는 건축사업의 리더로서 건축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설계사와 시공사에게만 일을 맡겨 두는 것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6. 행선지 도로와 기상상태 확인 : 건축사업의 변경과 리스크를 관리하라
건축사업에서도 예측하지 못하는 수많은 리스크와 변경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일 안전한 방법은 사업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꼭 시행해야 할 상황이라면 리스크와 변경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리스크관리 계획, 변경관리 방안, 대안 설정, 출구 전략 등을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7. 과속하지 않기 : 적정한 사업기간을 설정하고 사업일정을 관리하라
고속도로에서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라는 안전 캠페인 광고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매년 수많은 건축사업이 시행되지만 과속하지 않는 건축사업은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시공단계의 과속이 빈번하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자신이 원하는 건물이 언제쯤 필요한지 미리 생각해둔다. 그러면 건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부터 이 건물이 준공될 때까지의 기간이 총사업기간이 된다. 이때 시공(수반전)에 이르는 시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건축사업에서 전반전에서 예정보다 많은 시간을 까먹는 경향이 나타난다. 사업계획 미확정, 자금조달 지연, 건축사업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지연 등과 같이 건축주가 지연을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고, 인허가 지연, 민원인 협의 지연, 토지 수용 및 보상 지연 등과 같이 건축주 혼자 통제하기 어려운 사안들 때문에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전반전에서 밀리다보니 결국 후반전(시공)에서 과속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며 이는 부실과 안전사고 등을 유발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건축주는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시공기간뿐만 아니라 기획ㆍ계획단계, 타당성 분석단계, 설계단계, 입찰계약단계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사전조사를 통해 절정하게 계획해야 한다.
둘째, 시간 리스크(Time Risk)를 유발시키는 원인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총 사업기간 설정 시 예비 시간(Time Contingency)을 반영해 두어야 한다.
8. 안전벨트 착용하기 : 건축주 자신을 보호하라
운전 중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경우에 사망률이 훨씬 낮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건축사업에서도 건축주는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안전벨트의 주요 목적을 보호라고 본다면 다양한 유형의 보증과 보험이 건축사업의 안전벨트이다.
또한 건축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주체를 활용하는 것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과 같으며 이런 주체를 건축사업에서는 CM사라고 부른다.
9. 음주운전 하지 않기 : 건축사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면 전문 조력자를 활용하라
건축사업에서 건축주도 본의 아니게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신이 너무 바쁘고 본연의 일에 ‘취하다’보면 건축사업에 집중하고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음주를 했다면 제일 좋은 대안은 대리기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록 대리기사 비용이 들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벌금, 보상비용, 본인ㆍ타인 인사 사고, 형사처벌 등의 결과와 비교하면 대리비용이 훨씬 싼 것이다. 이 관점에서 CM사는 건축주를 위한 ‘대리기사’라고 비유할 수 있다.
10. 싸구려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기 : 저가의 함정을 경계하기
우리가 모르고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짜 휘발유임을 알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구매하는 운전다들도 일부 있다. 싸구려 가짜 휘발유는 자동차 엔진에만 무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행 중에 엔진이 꺼지거나 이로 인해 운전대를 조작할 수 없게 만들어 교통사고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축사업의 최저가 착시현상과 위험성은 이미 논의하였고 시공사의 품질까지도 고려하여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였다. 싸구려 시공사는 건물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건축사업이 중단되는 문제까지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을 통해 배운다
다른 건축주들의 경험담은 소중하다
건축사업 경험이 부족한 한계를 건축주가 극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유경험자의 경험을 청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축주들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직접 만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만일 이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필자가 대학에서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0여 년 동안 프로젝트 관리론(Project Management)를 가르치며 학기말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하나 주어진다.
건축사업을 시행하면서 고생한 건축주를 직접 만나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인터뷰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과제이다. 이 과제의 취지는 건축이 낭만적인 과정일거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현실의 ‘민낯’을 대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만났던 건축주들은 다양했다. 가족, 친척, 지인이나 이들의 소개를 받은 사람들도 다양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건축사업을 시행하면서 하나같이 고생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다시 집이나 건물을 지으면 성(姓)을 간다”라는 말이 단순히 엄살이 아니라 현실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건축주들의 태도와 반응
학생들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면서 이런 태도와 반응을 보인 건축주들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울분을 터트리는 건축주, 억울했던 일이 다시 기억나 눈물을 흘리던 건축주, 건물을 지으면서 없던 병을 얻거나 지병이 악화된 건축주도 있었다.
한 건축주는 “설계사와 시공사는 모두 한통속이고 도둑놈들”이라며 육두문자까지 섞어 가며 얘기하는 바람에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민망하고 죄스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한 일도 있었다.
비록 건축주들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건축사업을 시행하면서 고생을 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고생을 한 건축주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물론 비록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고생을 별로 하지 않았다는 건축주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건축주가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거나, 과거에 건축사업을 시행해본 경험이 있는 경우였다. 결국 건축사업이 어떤 과정으로 시행되며 무엇을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건축주의 고생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학생들의 소감
과제를 마친 후 학생들은 결과 보고서와 함께 소감문을 제출한다. 가장 공통적인 소감은 크게 3가로 압축된다. 첫째는 건축주가 이렇게까지 고생하는지 미처 몰랐다는 것, 둘째는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은 일을 잘 아는 사람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건축사업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건축주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발표시간에 이런 소감을 발표했다.
“건축설계나 건축공사의 계약서에 건축주는 갑, 설계자와 시공자는 을로 표현된다고 수업시간에 배웠지만, 현실에서 갑과 을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갑질’도 문제지만 ‘을질’도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였고, 건축주가 이렇게까지 당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건축주들의 공통적인 고생
이 사례들은 수백 명의 건축주들이 서로 다른 건축사업에서 겪은 일들이니, 서로 다른 일 때문에 고생한 것으로 나타나야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비록 서로 다른 건축주들이였지만 이들이 고생한 일들은 신기할 정도로 비슷했다. 결국 건축주들이 겪는 ‘공통적인 고생’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 원인도 비슷하며, 이상할 정도로 반복되더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건축사업을 처음해보거나 한번하고 말기 때문에 그 경험을 활용해서 그 다음 건축사업에서 잘해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축주의 경험을 통해 배울 기회도 많지 않으니 공통적인 고생이 반복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공통적 고생
•사업초기단계에서 적정한 예산규모, 사업기간, 품질수준 등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인허가 관련 법규와 행정절차가 어렵고 복잡해서 고생했다.
•건축사업에 대해 궁금하거나 어려운 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해 참고할 마땅한 자료나 물어 볼만한 곳이 없어서 힘들었다.
•지인(知人)의 소개만 믿고 어떤 회사인지 직접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고 설계사와 시공사를 선정해서 문제가 많았다.
•최저가에 현혹되어 설계사와 시공사를 선정했는데 결국에는 싼 것이 아니었다.
•설계사와 시공사의 입찰금액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건축사업의 단계마다 건축주 역할과 관리 포인트를 몰라서 설계사와 시공사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
•설계사와 시공사의 업무범위나 공사범위에 대한 이견으로 분쟁이 있었다.
•설계사와 시공사의 역량 부족으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설계사와 시공사가 수준 미달의 협력업체를 고용하는 바람에 고생했다.
•설계사와 시공사가 건축주의 의도와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자신들의 업무 방식, 편리, 이익을 우선시 하여 힘들었다.
•건축주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비용, 일정, 품질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설계사와 시공사가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아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었다.
설계관련 고생
• 설계사가 건축주 요구사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영하지 못한 설계를 해서 불만족스러웠다.
•공사비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미관 위주로 과설계를 해서 예산충당이 어려움을 겼었다.
•설계사의 감리 업무 수행이 불성실해서 고생했다.
시공관련 고생
•시공사와 평당 금액으로만 계약을 했는데 세부내역을 무엇인지 잘 몰라서 기성지급이나 설계변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시공사가 제기한 설계변경 사항에 대해 설계사가 제대로 대응을 해주지 않아서 힘들었다.
•설계변경에 대한 시공사 증액 요청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시공사의 잘못에 의한 공사비, 공기, 품질 등의 문제를 건축주에게 전가시켜 고생했다.
•시공사가 시공 중에 발생한 문제를 은폐하거나 시공 상황을 제대로 보고해 주지 않아서 갑갑했다.
•시공사가 설계 내용을 임의로 축소 해석 또는 누락시켜 고생했다.
•하자에 대한 설계사와 시공사가 책임을 떠 넘겨서 힘들었다.
•시공사(종합건설사)가 공사 대금을 떼먹고 잠적하거나, 전문건설사의 하도급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시공사가 준공 후 하자보수를 제대로 처리해 주지 않아 입주 후에 불편이 많았다.
성공적인 건축사업 필수지식의 핵심 포인트
건축사업의 성공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건축주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 포인트가 있다.
•건축사업은 다주체(多主體)에 의해 다단계(多段階)로 수행되기 때문에 각 참여주체를 잘 선정하고 관리하며 각 단계별로 충분히 공을 들여아 한다.
•건축사업의 모든 단계가 중요하지만 앞 단계의 관리가 뒷 단계의 관리보다 항상 더 중요하다.
•건축사업은 주문제작과정이며 리스크와 변경이 많기 때문에 최저가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성공적인 건축사업의 원리와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의 원리는 동일하며, 미리 경험한 건축주들의 ‘사고다발구간’을 기억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