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CM 이야기 5>
박종순 [한국CM협회 본부장/경희대학교.가천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사업주체인 조합(원)과 사업참여자간 이해관계의 상충과 다수의 의사결정 주체로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가능성 등 일반적인 건설사업에 비해 사업진행상의 많은 장애요소가 존재하며, 장기간이 소요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자는 전문지식과 경험부족 등 사업진행에 따른 올바른 판단력이 부족한 조합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기본적인 행정용역대행의 국지적인 업무에 국한돼 그 업무가 매우 제한적이며 설계자와 시공자를 관리할 다양한 기술력 및 전문성 결여로 의사결정의 혼란은 물론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조합(원)이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사업을 완료한 후에 각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분담금이 높아져 시공사와의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사업시행 이후 입찰과정에서 시공사가 담합 등으로 선정되는 경우와 공사 도중에 무리한 설계변경을 요구하거나 완공 후에 클레임을 제기해도 시행자인 조합(원)으로서는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으며, 정비사업자의 업무내용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모든 손실을 조합(원)이 부담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조합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합의 중요한 의사결정 업무를 조합(원) 입장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에이전트(Agent)의 만남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며, 이에 대한 방법은 이미 사업 성공으로 입증된 도곡렉슬 재건축사업과 아현3구역 재개발사업 같은 건설사업관리자(Construction Manager)의 전문성에서 찾을 수 있다.
공공공사에서 CM을 처음 도입한 월드컵 주경기장은 정국 혼란과 IMF사태로 인한 경기장 건설 결정지연으로 건설기간의 부족과 공동주최국인 일본과 비교되는 상황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까다로운 기준과 방송·조명·음향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공사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 서울시가 CM을 전격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CM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기법을 통해 공사기간을 단축했으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해 ‘2002 월드컵 개회식’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더욱 CM이 사업타당성 검토과정에서 수익성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운영 수입도 창출하게 됐다.
정비사업에서의 CM 업무는 계획단계, 설계단계, 조달·입찰단계, 시공단계 및 시공 후단계로 나눌 수 있으며 각 단계별로 사업관리, 사업비관리, 일정관리, 품질관리, 계약행정관리, 안전관리, 환경관리, 정보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기획단계의 주요역할은 사업부지 주변 환경과 관련 법률, 민원발생 가능성, 건설 및 주택경기 등 종합적인 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사업의 예산수립과 목표일정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고 조합(원)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의 시행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논리적인 접근과 설계 입찰을 위한 자격과 심사기준의 작성, 입찰공고, 설계자의 인터뷰, 과거 성공적인 설계수행 사례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보다 능력 있는 설계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필요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다양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안전하게 사업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설계단계의 CM은 설계 진행사항 및 기성관리는 물론 조합원의 니즈(Needs)를 반영한 기본설계의 조정 및 연계성을 검토해 사용목적에 알맞게 건축물의 기능별 또는 용도별에 따른 시설의 포함 유무에 따른 구성, 조합 의견과 궁금한 사항을 자문하고 설계자의 업무를 조정하며 체계적인 설계관리를 통해 정비사업에는 새로운 개념인 VE(가치공학; Value Engineering)으로 조합(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프로세스에 따른 가치상승과 최적의 LCC(생애주기비용; Life Cycle Cost)을 선정해 유지관리비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한다.
계약관리단계는 시공자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조합을 지원해 입찰안내서와 입찰지침, 입찰공고, 평가기준을 작성해 업체의 건전성과 수행실적 그리고 시공능력 등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분석해 업체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며, 가장 중요한 계약관리를 위해 계약내용의 면밀한 검토와 조합의 불이익 방지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계약서의 작성을 지원한다.
시공단계에서는 시공 중에 발생하는 설계변경, 시공사의 클레임 등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도면, 시방서, 계산서, 수량산출서 및 공사비 내역서 등의 면밀한 검토를 통해 설계의 오류, 누락, 실수 등을 바로잡아 설계도서의 완성도를 향상시켜 품질 및 시공성 향상, 원가절감을 도모하고 발주자인 조합에 최적의 의사결정 자료를 제공하여 고품격의 명품아파트를 건립하도록 한다.
시공 후 단계에서는 입주 후 사용자의 편리성과 관리비 절감을 위해 사전에 설계도면을 건축물 생애주기비용의 검토 및 시공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최적의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 입주자의 관리비 최소화를 꾀한다.
이와 같이 CM은 각 단계와 기능별로 여러 선진 기법들을 활용해 조합의 불이익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합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합의 멘토(mentor)로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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