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의 LCC와 VE

<국토일보 CM 이야기 9>

박종순 [한국CM협회 본부장/경희대학교․가천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세계가 온통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우리나라도 폭설로 인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경주리조트체육관 붕괴사고로 인한 부산외국어대학교 새내기들의 안타까운 피해 상황을 보면서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써 통탄을 금하기 어렵다.

건축물은 설계와 시공뿐만 아니라 운영·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에서 입증되었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온 국민이 함께 염원했지만 그때뿐이었고, 또 다시 이런 사고를 접하면서 건물에 대한 안전 불감증과 우리들의 망각이 참으로 무섭다.

우리에게 생애주기가 있듯이 건축물에도 라이프사이클이 있어서 기획, 설계, 시공, 운용관리, 폐기처분에 이르는 건물의 생애기간 동안에 발생되는 총 비용을 라이프사이클 코스트(Life Cycle Cost, 이하 LCC)라고 한다.

또한 Life Cycle Costing은 프로젝트의 여러 가지 투자대안 중 최적의 설계대안을 선정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을 주어진 기간 동안에 금전적 가치 비교를 통해 경제적 평가를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앞으로는 유지관리비용이 아파트의 경쟁력과 프리미엄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항목이 될 것이다.

최근 기획설계단계에서 LCC를 검토하는 비용은 전체 비용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총비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기획설계에 따르는 LCC 비용에 비해 설계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획설계가 건물 전체의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기획설계에서 LCC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건물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투입되는 유지관리비를 포함한 총비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효과적인 LCC 방법을 도입하고 활용해 초기투자비 보다는 운용관리비를 고려한 설계를 해야 한다.

정비사업의 설계단계에서 초기투자비를 중심으로 설계기준을 정해 유지관리비와 에너지 문제를 소홀히 다루어 온 경향이 있었으나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시설고도화로 운영·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감으로서 설계자와 엔지니어들은 자원 및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물의 가치와 수명 그리고 성능을 증대시켜 백년 건축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시도 앞으로 20~30년에 불과한 공동주택의 수명을 선진국처럼 50~100년으로 늘리는 관리방안을 검토, 재건축시장에 파장이 예상 된다. 시는 아파트 관리를 위한 보험 성격인 장기수선충당금의 집행취지를 살려서 평상시에 공동주택과 시설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아파트 수명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히고, 이를 위해 장기수선계획을 통한 ‘아파트 시설물의 생애주기 관리’를 본격 추진, 그 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당금의 집행을 현실화할 방침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를 대규모로 수리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주택 소유자로부터 매월 징수, 적립해 마련하는 재원이다.

정비사업의 VE(Value Engineering; 가치공학)에서 추구하는 가치 향상은 아파트시설을 이용하는 조합원이나 사용자가 판단하는 것으로 이용자 입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곧 가치공학이고 아파트를 소유하면서부터 조합원은 단순히 공동주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그릇인 주택이 제공해 주는 효용과 역할에 가치를 부여해서 선택하는 기능의 효용성에 대해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환경과 관련된 정보 수집과 분석은 VE 활동상 모든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VE의 성패는 해당 사업장의 정보가 얼마나 잘 수집됐는가에 따라 80%가 좌우되므로 정비사업과 관련해 수집된 자료의 정리는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비사업조합 편에 서서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업의 가이드이자 코치역할을 담당하는 건설사업관리자(CM; Construction Management)는 조합원과 사용자가 니즈에 적합한 기능을 찾아내고 최적의 생애비용 달성을 위하여 그 대안과 방법을 발굴하는 것이다.

특히 정비사업 환경이 어렵고 복잡한 경우에는 일반성을 배제해 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대안과 해결법을 찾아내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고 이러한 생각은 ‘유연한 사고방식’이라야 가능하다.

또한 아이디어 발상은 조직의 전문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수많은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룹으로 한데 모여서 상호간 지혜를 융합하고 나눈다면 더욱 창의적이고 훌륭한 아이디어가 창출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정비사업의 설계단계부터 재건축 전문 건설사업관리자(CM)들을 참여시켜 사전에 사업성 향상과 원가절감 및 공기단축이 가능하도록 설계의 완성도를 높여 공사를 수행하면서 설계변경을 최소화해 조합원의 분담금을 줄이고, VE와 LCC 기법으로 가치향상과 운영·관리비의 최소화로 친환경적(Green)인 명품주거단지를 조성해 아파트의 품격을 높이고 프리미엄을 극대화, 입주민들이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비사업 임원들이 맡은 의무이자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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