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건설하기는 고행길인가

프리콘

건설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어렵다?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등 모든 참여 주체들은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 하에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대다수의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예산이나 일정이 초과되어 불만족스럽게 끝나거나 참여 주체 간의 갈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무엇이 건설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건설 프로젝트가 갖는 고유한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건설은 수주 산업으로서, 발주자의 니즈에 맞춰 매번 고유한 프로젝트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기성 제품과 구분 된다. 지구상에 완벽히 똑 같은 건설 프로젝트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동일한 재료와 동일한 도면을 갖고 시공을 한다 해도 대지의 상황, 기후 조건, 작업 인력에 따라 프로젝트의 특성과 성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건설의 다변성(多辯性)이라고 규정한다.

이 같은 건설의 특수성 때문에 동일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제조업에 비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어려우며, 반복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학습 효과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과정상에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것이 건설이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더욱더 시스템이 필요하고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산업인데도,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건설이 쉽다고 착각한다.

건설 프로젝트가 지니는 이런 다변성은 건설 프로젝트의 성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장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품질과 공사 기간, 투입 인력에 대한 제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모든 프로젝트에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건설이 쉽다고들 생각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건설 프로젝트의 성공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어떤 사람들이 관여해서 어떻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냐와 현장의 불확실한 요소들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제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건설 프로젝트에 있어 매니지먼트 영역은 대단히 중요하다. 건설 프로젝트의 실패는 단순한 사업의 실패 이상으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낳을 뿐 아니라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 또한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사고와 성수대교 사고도 건설 관리의 실패, 유지관리의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건설 프로젝트가 갖는 복잡성을 짐작할 수 있다. 건설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대표적 이해 당사자인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뿐만 아니라 사업의 관리를 담당하는 프로젝트 관리자(PM) 또는 건설사업관리자(CM)와 전문 건설기술자, 디벨로퍼(developer), 유지 관리 기술자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건설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요즘은 금융기관, 투자회사, ICT업체, 정부 기관, 공공기업체, 제조업체들이 민간 프로젝트 또는 공공 프로젝트에 건설 주체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들은 따로 또 같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사업에 참여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되면 원만한 사업 진행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건설에서는 각기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사업을 같이 수행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발주자가 프로젝트 초기에 구상한 목적물에 대한 그림이 설계자가 이해하고 도면으로 표현한 내용과 다를 수 있고, 그 도면을 해석하고 구현한 시공자의 시공 목적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각자의 지식과 경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고 커뮤니케이션이 불안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런 이유로 프로젝트 초기에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해 예측하기가 힘들다. 건설 생산 활동은 언제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불확실하고 불완전한 상태라는 조건하에서, 완전하고 구체화된 목적물을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극복하고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이 추구하는 성공의 지향점이 각기 다르다는 점 또한 건설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전문 건설업체는 모두 한배를 탄 운명공체이지만, 각자가 그리는 성공의 척도는 이해관계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발주자의 입장에서의 성공은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정 공사 기간을 준수하여 좋은 품질로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것이다. 설계자, 시공자, 전문 건설업체의 표면적인 성공은 발주자의 성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모든 비즈니스가 그러하듯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사업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성공이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설계자, 시공자, 전문 건설업체에게 보다 중요한 성공의 척도는 각 회사가 해당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이윤을 남겼는지 여부다. 발주자는 보다 적은 금액으로 고품질의 결과물을 얻고자 하고, 시공업체 등 프로젝트 관여자들은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기고자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되며, 당초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는 데 난항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외국의 많은 건설 전문가에게서 “건설이 파편화되고 있고 퇴보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흔히 듣는다. 건설이 파편화된다는 건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건설 행위가 수많은 개체에 의해 분할되고, 분할된 요소들의 총합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통상 하나의 빌딩을 지을 때 설계업체는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수많은 전문가집단의 분할된 업무가 총합을 이루어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이다.

앞서 들었던 여러 가지 이유로, 건설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든 취약점을 구조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건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진행하더라도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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