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CM 이야기 21>
박종순 [한국CM협회 본부장/ 한국생산성본부 CM 지도교수]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과 관련된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서울 왕십리뉴타운3구역은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2억~3억원으로 불어나 시공사와 조합원 간 분쟁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던 공사가 지난 2일부터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수익성 악화 등 문제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어 공사가 다시 올 스톱 될 수 있어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도한 추가 분담금을 줄이고 조합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면 사업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북아현 뉴타운1-2ㆍ3구역 등도 사업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증한 추가 분담금을 둘러싸고 조합이 내분을 겪고 관리처분계획이 주민 총회에서 부결돼 공사가 중단되는 등 홍역을 앓고 있어, 올해 예정된 일반분양도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정비사업은 사업추진위 단계부터 사업성을 높여서 추정분담금을 산정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내역서도 없이 두루뭉술하게 평당 단가로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비사업을 올바로 수행하려면 사업계획을 철저히 수립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원하는 주민들의 바람과 편리성을 감안한 설계도서를 제대로 작성, 이를 근거로 추정분담금을 산정해 입찰참여지침서를 마련하고, 소정의 입찰 절차를 통해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좋은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입찰공고를 하기 전에 대의원회의를 통해 입찰참여지침서를 작성해 이 기준을 근거로 입찰공고를 하고,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의 사업참여제안서를 받아야 한다.
각 제안서는 입찰참여 지침서와 누락된 내용이 없는지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서 지침서와 다른 곳과 해석이 모호한 부분을 보완해 명확하게 정리하고, 조합원들이 올바른 시공사를 선정 할 수 있도록 사업제안내용을 상세하게 확인·비교해서 조합원 모두가 이해하기 쉽도록 비교표를 작성하여 주민총회에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는 조합원의 과반수이상이 직접 참여하여 업체를 선정해야만 한다.
다음은 계약서 작성에 관한 업무로 계약서의 조항과 단서 내용이 많으면 이를 해석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특히 조합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조합집행부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협의를 하지만 계약자 당사자와 이행자가 서로 다른 정비사업에서 약속된 내용을 이행하고 실행할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은 계약서에 있다.
계약협상에 앞서 조합에서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공사와 계약협상을 추진하지만, 계약위원회에 참여하는 개인의 지식과 역량에는 한계가 있으며, 각 분야의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기술사 등 나름의 전문성이 있다는 사람들이 참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위원들이 계약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 함께 계약서 조항을 검토하고 토의를 하고, 조합에 상근하며 전수조사 등을 위해 업무에 전담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협상에 임할 때마다 간헐적으로 관여하게 돼 계약에 대한 책임과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정비사업의 계약에 대한 실무 경험이 부족하고 시공사에서 제시하는 계약 문구의 유권 해석과 견해가 서로 상이해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계약서의 전문 용어들로 작성된 구절과 한 단어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기에 어려운 정비사업계약서에는 많은 변수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주민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시공사와는 90일 내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 협상이 조합에서는 계약의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으며, 사업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절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상 착공해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와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공사 중이거나 준공 후에는 반드시 계약 문서와 도면, 시방서, 특수 조건의 이행 여부에 따른 발생 비용 등 엄청난 공사비를 청구하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에 가서야 조합은 어쩔 수 없이 건설사업관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조합의 요청에 의해 참여하게 되는 전문업체들은 초기부터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에서 주장하는 근거만을 기준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을 분석하게 되는데, 조합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비사업은 건설사업관리자(Construction Manager/이하 CMr)의 참여가 필수인데도 불구하고 조합(원)은 사업비에 비해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용역비에 연연하다보니, 정작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이에 대응할만한 전문성이 부족해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되고, 이는 곧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CMr를 사업초기부터 참여시켜 각 전문가들이 보유한 특화기술과 선진화기법을 적용해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계약관리와 설계관리, 그리고 철저한 사업관리를 통해 사업비를 절감하고 분양성을 높여서 조합원의 이익과 프리미엄을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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