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들어낸 공간의 힘

프리콘

건설 활동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건설을 통해 창조된 공간이 주는 능력은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넓고 밝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보다 긍정적인 성향을 보일 확률이 높다. 이 같은 건축물과 인간의 성향 간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건축심리학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1960년대부터 건축심리학은 인간가 인공적 환경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공간심리학은 공간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지 연구해왔다. 백화점에 가면 생각지도 않은 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는,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이 없고 벽면의 시계를 없앤 백화점 공간이 갖는 특수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눈팔지 않고, 그저 시간가는 줄도 모른 채 오로지 쇼핑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공간의 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충동구매가 발생하게 된다.

건설 활동을 통해 창조된 공간이 인간의 지각,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생활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1984년에 발표된 울리히(R. Ulich)의 논문에서는 병원 건축과 임상 결과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조망이 좋은 병실의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보다 평균 16시간 빨리 회복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2002년 영국 건축 공간 환경 위원회(CABE)에서는, 좋은 디자인을 갖춘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등 근무자의 업무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은 물론 환자의 회복율 또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후로도 병원 시설이 원내 감염률, 낙상 건수, 환자 회복 속도, 환자 만족도 등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2002년 영국 건축공간 환경위원회(CABE)에서도 좋은 디자인을 갖춘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등 근무자의 업무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은 물론 환자의 회복율 또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익숙하고 친밀한 공간인 집에 거주한다. 건축가 훈데르트바서(Hunderwasser)는 우리를 보호해주고 살아가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집을 ‘제3의 피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건축물은 인간의 삶을 보호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건설 활동은 인간의 삶과는 떼어낼 수 없으며,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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