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콘
‘건설’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공간과 시설물을 생산하는 창조적 활동을 가리킨다. 건설의 사전적 의미는 ‘건축’과 ‘토목’을 총칭하여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간과 인프라, 시설물 등을 만드는 생산적 활동을 뜻한다. 건축·토목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시설, 공장, 발전소, 화공 플랜트와 같은 산업 시설과 리모델링, 집수리 등 인테리어 공사까지도 포함한다. 어떤 일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뜻으로 ‘건설적(建設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건설이라는 말에는 창조적, 생산적, 긍정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19년 기준 세계 건설 시장의 규모는 약 11.3조 달러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 투자 비중이 과거에는 20%를 상회했고 현재에도 약 15% 수준으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산업이다. GDP 대비 건설 투자가 차지하는 규모는 개발도상국가일수록 더욱 큰데, 도로, 교량 등의 인프라 시설과 주택 건설, 도시 건설에 대한 수요가 높을 뿐만 아니라 건설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용 효과 및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로마의 역사는 건설에서 시작하여 건설에서 끝난다고 할 만큼 수많은 건축물, 구조물, 도로 건설의 역사였다. 아울러 중세의 절대 군주들도 대규모 건설 사업을 통해 세를 과시하고 통치 기반의 수단으로 건축물을 활용하였다. 건설 활동이 수행해 온 시대적, 역사적 사례의 궤적에 비춰볼 때, 건설은 인류 문명과 국가의 흥망성쇠와 늘 함께했다.
인류는 건설 활동을 통해 많은 도전을 이겨냈고 그 도전의 결과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4,500년 전에 건설된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세계에서 가장 긴 인공 구조물로 알려진 약 6,350km에 달하는 중국의 만리장성은 당시의 건설 기술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절대 권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가늠하게 해준다. 이같이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을 건설하는 데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었는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건설은 시대적, 역사적 공간을 창출하며 문명 발전을 선도해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말에서 우리는 과거 로마제국의 국가 통치 철학과 도로 건설 기술의 발전 정도를 엿볼 수 있다. 로마제국은 영토 확장을 위해 군대와 물자를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도로를 건설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로마제국의 번성과 영광에 바로 건설 기술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인류가 문명을 이루기 시작한 이후부터 오늘날까지도 건설은 문명의 발전을 주도하고 선진화를 선도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여러 위인들이 건설이 갖는 힘과 건설을 통해 창조되는 공간의 힘에 대해 주목했고, 민심을 얻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건설을 활용하기도 했다.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을 대공황에서 벗어나게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은 ‘아무것도 없는 땅에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건설인’들을 마술가 집단에 비유했고,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지배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겨 공간이 갖는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설을 통해 창조된 건축물과 공간이 갖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쇠락해 가던 스페인의 작은 도시 빌바오에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며 도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한 이후 미술관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이후 미술관 주변에 대형 호텔, 공연장 등이 들어서면서 빌바오는 국제적 문화 단지로 성장하였다. 이는 미술관이라는 문화 공간이 일으킨 하나의 ‘기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학자들은 이를 ‘빌바오 효과’라 부르고 있다. 이처럼 건설은 공간을 창조하고, 세상을 바꾸는 마술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