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CM 이야기 14>
박종순 [한국CM협회 본부장/ 한국생산성본부 CM 지도교수]
대한민국을 ‘아파트공화국’이라고 한다. 이는 아파트가 많다는 것을 풍자한 이야기로 우리국민 10명 중 6명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또 재개발·재건축을 하면 모두 아파트를 짓는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렇게 많은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영국보다 싸게 짓지는 못한다. 입으로는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실상은 미국보다 빨리 짓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영국보다 더 잘 짓는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바로 런던에 있다.
이것은 부동산관련 규제와 분양가상한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택지비와 건축비에 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보태어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규제하다보니, 시공사들은 차별화 보다는 비슷비슷한 모양에 유사한 자재로 고만고만한 수준의 아파트만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나, 공기 단축을 위한 기술개발 그리고 좋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규제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하루빨리 이러한 규제들을 철폐하고 부동산시장을 자율에 맡겨서 설계와 시공 기술력을 향상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여 세계 주택시장에서 아파트공화국에 걸맞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주역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리고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의 개정으로 2010년에 도입된 서울시 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현재 서울시에서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민간 정비사업장은 총 490곳으로 이중 83개 구역이 조합설립을 마쳤고 211개 사업장은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상태다.
그런데 이 추진위나 조합들은 ‘돈맥경화’로 인해 빈사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루고, 정비사업 융자금 지원신청자격 요건까지 강화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조합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정비사업의 예산지원 강화와 출구전략 유도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자금난이 악화되면서 정비사업이 몰락하고 있는데도 서울시는 추진위나 조합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공공관리자제도는 정비사업에서 발생되는 부조리와 주민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 중심의 정비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공공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서울시가 도입하여 추진한 제도이다.
조합에서는 시공자 선정이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뤄진 것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의 자금난을 겪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당초 서울시의 주거환경개선안에는 민간의 정비사업 추진부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주체에 의한 시행을 유도하는 정도에 불과했으나, 용산사태를 거쳐서야 비로소 기존 정비업체 및 시공사의 부패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관리자제도가 구체적으로 등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생적 문제가 공공관리자제도 논의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정비사업과 관련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가미된 그야말로 정치적 성과물로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또한 공공관리자의 역할을 관리처분인가 이후까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어, 상대적으로 조합(원)의 참여는 사실상 제약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으며, 조합(원)의 가장 큰 주목을 끌었던 공공관리와 관련한 비용의 부담 주체에 대해서도, 당초 제도도입을 홍보할 때는 ‘공공관리자 부담원칙’이 천명됐으나, 이후 정비사업추진위원회에 비용 청구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슬며시 바꾸어 법안을 마련했고 이러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공공관리자제도는 이른바 공공만능주의의 변형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과의 갈등으로 인한 민원제기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조합원과 시공자,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긴장관계 해소와 원활하고 투명한 사업추진을 위해 공공관리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주민이나 조합원들의 염원과 의사가 충분히 반영, 사업추진과정 모두가 공정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공공관리자는 건설사업관리자나 정비업체, 설계자나 시공사의 선정권한을 주민에게 귀속시키고, 선정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부패나 부조리방지는 공공주체 스스로도 강도 높은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투명성을 제고해 사업추진과정에서 조합(원)의 참여와 의사를 반영, 제도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조합원의 권리가 확보될 수 있도록 책임있는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 줘야 한다.
이에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 조례를 개정해 공공관리자의 업무범위(제46조)에 건설사업관리자 선정 등에 관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 건설사업관리자(CM)의 선정 근거를 마련했고 CM업체 선정기준과 정비사업의 특성을 살린 업무내용을 비교 검토해 조합의 이익에 우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도시정비사업에 CM을 도입하게 되면 사업단계별로 조합과 주민, 시공사, 용역업체 등의 갈등관리와 투명성을 확보하고 CM이 사업전반에 걸쳐 조합원 및 사업참여자들의 불신을 해소, 사업이 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 사업초기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기위한 설계도서의 검토와 공사비 산출.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내역서 분석.계약체결을 위한 계약내용 분석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와 설계변경, 공사비, 추가부담금의 최소화 등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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