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CM 이야기 15>
박종순 [한국CM협회 본부장/ 한국생산성본부 CM 지도교수]
대한민국은 후진공화국이다.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의 구조상황과 사고대책을 본 참담함이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대형 참사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국가의 시스템과 어른들의 사고방식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를 보면서 정말 처참하다.
원인은 차치하고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만일의 사태를 사전에 준비하지 못하고 철저히 대응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지함과 안일한 생각들이 큰 사고로 키운다.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재난대응 매뉴얼을 점검해 보고, 사고를 대비해 모의훈련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작동하고 대비책을 생각해 봤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사고에 대비한 구조시스템이 항상 가동되지 않고 대형 사고가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허둥댄다. 경주에서도 진도에서도 구조요청을 보냈으나 골든타임을 놓쳤다. 구조할 수 있는 165분간을 우왕좌왕하다가 허송세월 다 보내고 수백 명의 아까운 목숨들을 버렸다. 정말 통분하고 통탄할 일이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만 그 때 뿐이다. 입으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녹봉을 받고, 나라살림을 하니 아껴 쓰고, 국민을 섬기겠다면서도 실상은 제몫 챙기기에만 바쁘다. 어딜 봐도 국민을 존경하고 민생을 챙기는 진정한 사명감을 지닌 공무원과 관료들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편해야만 한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모든 일에 일사불란한 시스템으로 다시 조직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정쟁을 중단하고 국민을 위한 올바른 입법 활동을 해야 하고, 관료들은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여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책임져야 한다.
또한 부동산과 관련된 법과 규제가 온 국민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하는지도 재삼 챙겨봐야 할 것이다.
많은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조합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좋은 설계자와 좋은 시공자만 있으면 재건축정비사업이 저절로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만 모아 놓으면, 저절로 능력이 발휘되고 최상의 팀이 되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강력하고 조직적인 팀이 돼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스템 뿐 아니라 유능한 감독과 코치가 있어야만 한다.
정비사업조합은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감독과 코치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선량한 관리자(Manager) 의무를 다해야 한다. 수백·수천 명의 조합원을 이끌고 앞날이 불투명한 정비사업을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설계자와 시공자만 믿고, 세월호 선장과 같이 안이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캄캄한 밤중에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이 위험천만이다.
재개발ㆍ재건축정비사업을 이끄는 조합의 리더십과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는 성공적인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의 필수조건이다. 정비사업의 성공은 설계, 시공, 관리라는 세 박자가 제대로 맞아야만 가능하다.
설계는 설계자의 역할이 있고, 시공을 맡은 시공자의 역할이 서로 다르다. 만일 능력 있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면(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두 박자는 갖춘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한 박자가 남는다.
나머지 한 박자는 누구의 몫일까? 바로 정비사업의 시행자인 조합의 리더십과 역할이다. 예를 들어, 설계자와 시공자를 제대로 뽑았다 할지라도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서 리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조합에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전문적인 업무들이 조합의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 과거와 같은 주먹구구식으로 설계자와 시공자들의 말만 믿고 사업이 잘되기만을 기원하는 무지한 사업추진 방식으로는 정비사업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기대했던 건축물의 품질이 잘 확보될 수 있도록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 만일 공사 중에 시공사에서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였을 때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만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조정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얼마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지를 올바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책정한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독려하는 리더의 역할이다.
결국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에서 조합은 설계자와 시공자가 이끄는 선박의 승객이 아니라 사업성공을 위한 관리자(Manager)이자 선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대신할 에이전트(Agent)인 1등 항해사를 사업초기부터 선임해야만 목적지를 향한 무사항해와 발생할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조합설립 후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지자체의 요구사항 및 건축심의를 통과하기위한 수많은 도면검토 및 시공성과 공법 비교 등 조합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사항을 사업관리의 경험이 풍부한 CM을 보좌관처럼 옆에 두고 자문을 받아서 이를 잘 활용한다면 지지부진한 사업기간의 단축 및 사업비 절감을 이루어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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