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홍수의 역효과

프리콘

우리 건설산업도 기술과 상품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했다. 하지만 산업 구조와 문화, 법·제도와 규제는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와 무관한 ‘갈라파고스 섬’같은 상태다. 개발 연대의, 산업화 초창기의 ‘분업과 전문화’ 패러다임에 기반한 칸막이식 규제와 파편화된 계약제도가 지배하고 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도 찾아보기 어렵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업체도 없다. 생산성은 선진국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산업의 근간인 법과 제도는 산업화 초창기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거리가 멀다. 건설 생산성이 오랫동안 정체되었지만 국가적, 산업적 차원에서 생산성 혁신을 추진한 적도 없다. 건설산업은 오랫동안 단합과 덤핑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건설 인력과 문화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병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압축 성장의 산업화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표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만연 현상을 들 수 있고, 둘째,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 부족과 탈법, 편법의 일반화 현상과, 셋째, 고위직이나 지도층에 대한 온정주의적 처벌문화를 들 수 있다. 넷째, 수많은 규제사슬과 지키지도 않고 지킬 수도 없는 법의 홍수와 법 지상주의적 행정 체계도 한국병이 유발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건설산업에 부정·부패가 많은 것은 많은 규제와 법의 홍수 현상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교수 및 심사위원 집단까지도 광범위하게 관여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러한 결과, 법을 지키는 게 오히려 손해 보는 ‘무법주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이 오히려 부패와 탈법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산업시대의 패러다임으로는 4만불, 5만불 시대로 더 발전이 힘들고 선진화된 새로운 질서가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형성되었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후진성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법ㆍ제도ㆍ관행ㆍ의식ㆍ시스템을 새로운 미래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정비하는 일이 중요한 일로 등장하고 있다.

국가의 품격ㆍ문화ㆍ디자인ㆍ매력을 중시하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우선시하여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Social Capital을 재구축해야 한다.

건설은 매번 다른 사람이 모여 다른 환경에서 프로젝트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다변성을 띠며,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또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PM/CM 등 각기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하다. 이런 조건에서 원만한 사업이 되려면 매니지먼트가 매우 중요하다.

설계의 잘못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데도, 국내 건설 환경은 완성도 높은 설계 도면이나 설계 오류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가 부실해지면서 건설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설계 엔지니어링 산업이 발전하려면 설계사와 시공사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설계사의 위상이 낮고 이에 따라 설계 품질이 낮아지면서 국내 건설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사회적으로는 건설 선진국처럼 설계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부여하고 선정기준도 최종 건축물이 가져올 가치 위주로 선정해야 한다.

최저가 입찰 방식의 발주는 결과적으로 공사비 증가, 공사 기간 지연, 품질 저하 등의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간파한 건설 선진국에서는 최고 가치 방식(VFM)을 시행하며, 이 방식이 예산 절감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눈 앞의 숫자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기반한 상생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전화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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