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CM 이야기 4>
박종순 [한국CM협회 본부장/경희대학교.가천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서울시는 그동안 각종 부정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하고 민간(조합) 주도로 추진해 오던 주거환경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누적되어온 원주민의 주거불안 문제, 투명성 부족, 과다한 공사비, 사업지연 등을 해결하고 서민층을 보호하는 공공 주도형 정비사업을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로 사업비 및 주민 부담 절감효과가 세대당 1억원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했으나, 많은 조합들이 공공의 간섭과 수퍼갑질만 늘리는 도구에 불과하고 오히려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공공관리제 시행 3년에 대한 중간 점검 결과 ‘시공자 선정과정의 투명성이 향상되고 공사비는 10% 이상 절감됐다’고 시에서 자평을 했는데, 주거환경연구원은 공공관리 적용대상지역 4곳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를 선정한 경기도 내 구역들의 공사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으며, 공공관리제로 시공자 선정이 힘들고 공사비는 되레 상승한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당초 시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공공관리제도의 도입과 적용으로 정비사업의 문제들을 풀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많은 장벽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 CM을 도입키로 하고 행정절차를 진행해 조례를 개정했으며, 공공관리제도의 문제점과 정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당연한 조치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필자는 십여년 전부터 국내 최대 정비사업조합의 사업추진 과정에 관여하면서 복잡한 행정절차와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정비사업을 막연한 기대감과 맹목적인 의욕만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서투른 선장이 수천 명의 조합원들을 이끌고 깜깜한 밤중에 등대 없는 바다를 항해하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건설사업관리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도시정비사업은 신축공사 보다 많은 변수와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정비사업 초기에 정비사업자와 설계자 선정부터 설계관리, 사업시행인가, 시공자 선정과 계약, 관리처분계획, 이주, 철거, 시공 후, 청산까지의 전체 업무를 경험해 보지 않고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문제들과 예측이 난해한 사업이다.
CM은 조합을 대신해 건설사업관리를 자문하는 용역 서비스로 Construction(건설)과 Management(경영/관리)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주요 업무는 계약관리, 설계관리, 사업비관리, 사업일정관리, 품질관리, 환경관리, 문서정보관리이다. 재개발·재건축 분야에 경영이론과 선진기법을 접목해 수많은 경험을 통한 노하우를 사업초기부터 정비사업조합을 지원하는 전문가 그룹의 업무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8호에 ‘건설사업관리라 함은 건설공사에 관한 기획·타당성조사·분석·설계·조달·계약·시공관리·감리·평가·사후관리 등에 관한 관리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건설사업관리는 가장 경제적인 비용을 투입해 삶의 질을 담는 최적의 건축물을 만들어내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사업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사업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또 각 이해관계자간의 의사소통과 기능별 계층별 연계체계, 각자의 역할과 책임 등을 합리적으로 관리한다.
정비사업에 CM이 도입되면 우선, 사업단계별로 조합과 주민, 시공사, 용역업체 등 사업주체별로 이견이 있는 문제들을 건설사업관리 전문가그룹이 서로의 입장 조율과 갈들을 해소함으로써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시공자 선정을 위해 시공사에서 제출한 제안서와 공사비의 검토, 그리고 계약체결을 위한 계약내용 검토 등 전문 업무들을 놓고 벌이는 협상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불협화음과 형평성에 대한 문제들 때문에 발생하는 조합의 불이익과 민원에 대해 고심하던 서울시는 공사비 산출, 입찰내역서 분석, 설계변경, 공사비 증액, 그리고 추가부담금의 최소화 등 전문 분야와 관련한 조합원 권익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CM을 적용한 공동주택사업은 도곡렉슬아파트, 타워팰리스, 현대 I-Park, 분당 파크뷰, 코오롱 트리폴리스, 부산 센텀파크, 반포미주아파트, 고덕1단지아파트 등이 CM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수행된 사업들이 속속 증가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합의 현안 문제를 잘 파악해 사업장에서 추구하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 조합의 전문성을 높여주고 조원간의 갈등을 해소해서 빠른 사업진행과 사업기간의 단축, 사업비 절감 및 건축물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CM을 도입해 명품주거단지를 건설하고 조합원의 재산과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조합 임대의원의 책무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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