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품질관리의 계요
품질에 관한 다양한 개념이나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품질에 대하여 단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기업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경쟁에서 기업은 품질관리나 품질경영 등의 논의를 통하여 지속적인 품질개선 노력과 역량을 강화하고, 끊임없이 고객만족을 추구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업무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 품질 활동에 관한 신뢰성 향상 등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
건설산업의 경우는 타 산업에 비하여 이러한 발전이 상대적으로 늦은 감은 있으나 기계화, 건식화, 공장생산 등 건설시공기술 및 재료의 발전과 품질관리 수준의 향상 등으로 과거와 같이 건설자재나 시공기술 부족 등으로 인한 건축물의 품질 저하 및 구조체 결함 등은 현저히 줄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제품 자체의 품질 확보를 위한 품질관리 활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통한 고객의 품질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의 형식적인 품질관리 활동이나 상대적인 규모가 작은 건설사나 협력업체 등의 미비한 품질개선 노력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하는 품질의 개념이나 고객의 요구 및 수준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품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욱 더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1) 품질의 개념
기초적인 품질 표준을 규정하고 있는 KS A ISO 9000에 따르면 품질(quality)이란 고유적이거나 부여된 정량적 혹은 정성적 특성의 집합이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요구 또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정도라고 규명하고 있으나 품질에 관한 다양한 정의에서 보듯이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단적으로 내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품질에 관한 다른 정의를 살펴보면 품질이란 표준 혹은 요구기준에 대한 일치로 정의하기도 하며, 또 다른 품질에 관한 정의로는 “처음부터 제대로 하기”라거나 “목적에 대한 부합” 혹은 “불량률 제로”라는 것 등이 있다. 이들은 품질에 대한 정의라기보다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품질에 대한 개념을 좀더 살펴보기 위하여 과거 데밍(W. E. Deming) 박사와 쥬란(J. M. Juran) 또는 크로스비(P. B. Crosby) 등의 품질관련 대가들이나 일본에서 발전된 품질의 개념, 최근 미국의 PMIⓇ의 품질에 관한 관점 등을 비교·요약하면 【표 8-1】과 같다.
이렇듯 품질은 다양한 개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들은 품질을 얻는데 제품 자체보다는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그들의 제품뿐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개선하고 이러한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을 통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표 8-1】품질에 대한 다양한 개념의 정리
이렇게 모든 조직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있어 최고의 품질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결국 모든 조직이 원하듯 새로운 고객만족을 통하여 고객의 제품 재구매 의지를 이끌어내는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품질이란 결코 고객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고객만족을 향상시키지도 않으면서 비용을 더 들여 탁월성이나 사치, 일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진정한 품질이란 고객에 대한 “가치 부가(valueadd)”를 통하여 얻어진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2) 품질관리 변천과정
세계 최초로 Quality와 Control을 결합하여 하나의 개념으로 사용한 “QC(Quality Control)”는 슈하르트(Shewhart) 박사가 1924년에 통계학의 이론을 응용한 관리도(Control Chart)를 발표하고 그 이론을 집대성한 것이 효시가 되어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제조업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군수장비를 빠른 속도로 대량생산할 필요성이 절박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하여 많은 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기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 후 1942년 미 국방성은 군수품 조달시 통계적 샘플링검사를 채용한 검수 절차를 제정하였으며, 그것이 닷지와 로믹(Dodge& Romig)의 샘플링검사표이다. 이와 같이 그 당시의 품질관리는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 품질관리 활동이 중심을 이루었기 때문에 이를 통계적 품질관리(Statistical Quality Control)라고 한다.
이러한 통계적 품질관리는 1950년대 초반에 데밍(W. E. Deming) 박사와 쥬란(J. M. Juran) 박사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일본의 제조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그 결과 일본에서는 1950년대부터 여러 공장에서 관리도를 응용한 통계적 방법을 활용하는 새로운 품질관리 개념이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1950년대에 미국 GE사의 품질관리부장이던 파이겐바움(A.V. Feigenbaum) 박사는 통계적 방법에 의한 품질관리의 한계점 노출로 TQC(Total Quality Control)를 제창하기에 이르렀으나 발상지인 미국보다는 1960년대에 일본에서 전사적 품질관리 또는 TQC란 약호로 급속히 보급·확산되고, 일본 특유의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품질관리 개념은 여러 제조업체에 도입되어 많은 성과를 냈으며, 더욱 발전하여 오늘날 품질경영(Total Quality Management)의 개념으로까지 발전하였다.
국내의 경우는 1950년대 말 품질관리 개념이 한국생산성 본부와 국내에 체류하던 외국학자나 기술자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도입된 시기에서부터 2000년대 KS A ISO 9000 시리즈 규격 제정에 이르기까지의 변천과정을 【표 8-2】에서 보여주고 있다.
【표 8-2】국내 품질관리 변천과정
3) 건설산업에서의 품질관리
(1) 품질관리 동향
품질관리는 공장생산을 주로 하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먼저 활용되고 발전되어져 온 것이 사실이며, 건설업에서의 품질관리는 상대적으로 이보다 늦게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제1차 석유파동 이후 1970년대 중반에 대형 공공공사의 발주 축소, 수주경쟁 심화, 발주자의 품질에 대한 다양한 요구 및 품질보증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건설업에서도 전사적인 품질관리 개념을 도입하였으며, 품질관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현재까지 많은 발전과 정착이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건설산업만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건설업에서 품질관리는 부적절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낳기도 했으며, 건설산업의 품질관리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건설산업만의 특수성으로는, 일반 공업제품의 계획생산 방식과는 다르게 단일 품목을 수주하여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건설업은 작업의 대부분이 실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후 등 불확실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쉬운 점도 계획생산을 어렵게 한다. 그리고 건설생산의 네 가지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사람(man), 자재(material), 공법(method), 장비(machine) 등의 품질특성에 따라 관리도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설계내용과 건축물의 시공조건이 상이하다거나 건축물의 생산과정인 기획에서부터 설계, 구매, 시공, 유지관리 등 각 단계별로 연계되는 품질관리에 일관성을 가지기도 어렵고, 건축물의 생애주기가 길고 사업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품질평가가 어렵다는 점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품질관리는 담당부서에서만 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이나 작업습관 등도 건설산업의 품질관리를 저해한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에서의 품질관리 활성화를 꾀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상대적으로 통계적 품질관리가 용이한 콘크리트나 철근, 철골과 같은 건설재료의 부분적 품질관리 활동에서부터 품질경영(QM)의 도입, 과학적 관리기법인 가치공학(VE)이나 LCC(Life Cycle Cost) 도입, 의식혁명을 통한 창조적 품질관리 활동이나 품질관리 사고방식의 고취,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이나 훈련 등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품질관리 활동이 논의되고 적용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2) 품질관리 정의
건설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건설공사의 품질관리는 설계도서 등에서 명기한 건설사업이 보증하는 요구사항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도록 건설사업을 관리하고, 최종 공사목적물을 경제적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프로세스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건설기술진흥법에서 다루는 품질관리 활동을 살펴봐도 넓게는 품질경영이나 품질보증과 같은 품질관리 활동에서부터 현장에서의 품질시험이나 검사의 실시와 같은 품질관리 활동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설기술진흥법 제39조에 의하면 건설업자 및 주택건설등록업자는 건설공사의 품질 확보를 위하여 품질 및 공정관리 등 건설공사의 품질관리계획 또는 시험시설 및 인력 등 건설공사의 품질시험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품질시험 및 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림 8-1】데밍의 PDCA 사이클
이러한 품질관리 활동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 프로세스를 통하여 더 큰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잘 알려진 지속적인 품질 개선 프로세스로는 그림 14-1과 같은 데밍 박사의 PDCA(Plan-Do-Check-Act) 사이클을 들 수 있다. 이 4단계 프로세스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여러 PDCA 사이클의 반복이 이루어짐에 따라 프로세스를 유지관리하거나 프로세스에 작은 변화들을 만들게 되며, 이후에 더 많은 반복을 통하여 프로세스가 진전됨에 따라 단계별 도약과 더불어 프로세스에서의 진정한 개선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